[야구타임스 | 이준목]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롯데 로이스터호가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초중반까지 구단 역사상 최악의 암흑기를 보내던 롯데는,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한 후 지난 2년 동안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에 성공하면서 이제는 어느덧 강팀의 반열에 올라섰다.

2008년, 부산은 '로이스터 매직'의 열기로 뒤덮였다. 메이저리그식 자율야구를 앞세운 로이스터의 리더십은 그동안 패배주의에 길들여져 있던 롯데의 분위기를 일신하며 별다른 전력보강 없이도 일약 돌풍을 몰고 오는 데 성공했다.

혹자는 축구의 히딩크에 비교하기도 했고, 조상님을 모시듯 로이스터 감독을 새로운 구세주로 숭배해야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구도 부산의 야구열기를 되살린 로이스터호에 대한 지지는 뜨거웠고, 롯데는 그해 프로야구 인기 중흥의 견인차로까지 떠올랐다.

하지만 지난 2009시즌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았다. 전년도의 놀라운 성과를 바탕으로 자신감을 얻은 롯데는 알찬 전력보강을 앞세워 우승후보로까지 지목되었다. 하지만 정규시즌에서는 막판까지 삼성-히어로즈와 아슬아슬하게 접전을 펼치다가 힘겹게 4강행 막차를 탔고, 중요한 포스트시즌에서도 무기력한 패배를 당하며 2년 연속 준PO에서 만족해야했다.

2년 연속 4강 진출도 충분히 값진 성과였지만, 그만큼 팬들의 기대치도 높아져 있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2008시즌 준PO에서 3연패로 맥없이 좌절했을 때만 해도 롯데 팬들은 아쉽지만 오랜만에 가을잔치를 구경한 것에 만족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이 끝난 후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일부 팬들은 포스트시즌에서 2년 연속 '닮은 꼴'로 무너진 무기력한 경기내용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로이스터 감독의 지도력을 향해 찬사를 보내던 여론도 변했고, 팬들 중 일부는 로이스터 감독과 재계약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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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지난겨울은 다소 어수선했다. FA 홍성흔 영입으로 들떴던 지난해에 비하여 별다른 선수이동이 없었음에도, 주축 멤버들의 연봉협상 문제로 인한 구단 내부적인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탓이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는 선수들과, 고과를 내세우는 구단 간의 이견으로 곪은 갈등이 외부로 터져 나왔다.

타자 고과 1위인 이대호는 첫 협상에서 삭감안을 제시받았고, 이정훈은 연봉조정신청까지 갔다. 재계약을 두고 가타부타 말이 많았던 가르시아도 팽팽한 신경전 끝에 결국 삭감된 금액에 사인했다. 이 과정에서 선수와 구단 모두 적지 않은 상처를 입게 된 것은 두 말할 필요 없다.

거취문제를 놓고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로이스터 감독은 우여곡절 끝에 롯데와 1년 단기로 재계약했다. 여론의 평가는 엇갈린다. 로이스터 체제에 확실히 힘을 실어주던지, 아니면 과감히 새로운 카드를 꺼내든지, 1년 계약은 서로 간에 너무 어정쩡한 타협의 결과가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다. 대신 그만큼 올 시즌 성적에 대한 부담은 커졌다.

2010시즌, 로이스터호의 1차적인 목표는 역시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궈내는데 있다. 하지만 롯데는 지난 시즌과 비교해 특별한 전력보강 요소는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 시즌보다 성적에 대한 기대치나 부담은 늘어난 반면, 전력은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결국 기존 멤버들의 성장과 조직력 극대화를 통하여 지난해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성적을 끌어낼 수밖에 없다.

로이스터호가 2010시즌 살아남기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훈련'이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여기에는 롯데의 약점으로 지적되어왔던 수비불안과 뒷심부족, 그리고 체력의 문제가 모두 포함되어있다. 롯데는 그동안 비시즌 동안의 훈련량이 가장 적은 팀으로 인식되어왔다. 로이스터 감독은 그동안 훈련의 '양보다는 질'을 강조해왔다. 선수를 녹초로 만드는 과도한 훈련보다는 짧은 시간 집중력 있는 훈련이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롯데는 시즌이 절정에 이르는 후반기와 중요한 포스트시즌에서 번번이 한계를 드러냈다. 2008시즌엔 7월에 선수들의 체력저하와 함께 성적이 하락했으나, 8월 '베이징올림픽 휴식기'라는 특별한 상황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2009년에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초반 4~5월에 부진하다가 6~7월에 가파른 상승세를 탔지만, 무더위가 절정에 이른 8월에 급격히 성적이 곤두박질치며 삼성, 히어로즈와 시즌 끝까지 4강 싸움을 벌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훈련부족으로 인한 체력저하를 이유로 꼽았다.

또한 롯데는 중요한 포스트시즌에서 번번이 잦은 실책에 발목이 잡혔다. 롯데는 지난해 96개의 실책을 범해 8개 구단 가운데 최다를 기록했고, 이것은 로이스터 감독의 부임 첫해인 2008년보다도 4개가 더 늘어난 수치였다.

수비, 주루 등에서 반복되는 실책은 야구에서는 곧 기본기의 문제와 직결된다. 로이스터 감독이 처음 롯데에 부임하면서 지적했던 문제도 이 부분이지만 여전히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야구실력을 쉽게 늘리는 지름길 같은 것은 없다. 결국은 끊임없는 노력뿐이고 야구에서의 노력이란 곧 체계적이고 끊임없는 훈련과 동의어다.

전력적인 면에서는 별다른 보강이 없는 마운드가 올해 최대의 변수다. 특히 마무리투수는 로이스터 부임이후 아직까지 풀지 못한 숙제다. 지난해 애킨스가 26세이브를 올리며 구원 1위에 올랐지만 재계약에 실패한데서 보듯 영양가는 높지 않았다. 국내투수들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인 임경완은 2008시즌 마무리도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고, 이정훈도 풀타임 마무리로는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았다.

한편, 포스트시즌 진출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단기전에서 어떤 경기내용을 보여 줄 수 있느냐도 중요한 과제다. 이점은 바로 로이스터 감독의 운명을 결정지을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도 단기전에서 보여준 무기력한 경기내용은 로이스터 감독의 능력에 대하여 의문부호를 달게 만들었다. 꼭 우승이 아니더라도 팬들이 납득할만한 '과정'이 필요하다. 어쩌면 한국무대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올 시즌이기에 로이스터 감독의 능력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는 여기서 결판이 날수도 있다.

경기 외적으로는 롯데 선수단이 비시즌 기간 동안 노조 설립논쟁과 연봉협상 등 원치 않게 여러 가지 논란에 얽히며 어수선해진 팀 분위기를 얼마나 빨리 추스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주축 선수들은 구단과의 연봉협상 과정에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며 상처를 입기도 했다. 사기가 떨어진 선수들이 다시 한 번 지난 2년간과 같은 신바람을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열성적인 롯데 팬들은 벌써부터 자발적인 모금운동과 신문광고 등을 통하여 '우리 팀 기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어쩌면 2010시즌이야말로 롯데가 진정한 강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느냐에 대한 답이 판가름 나는 과도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짧은 영광에 도취되어 현실에 안주하면 도태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롯데 구단이나 선수들 모두 2년 전 바닥에서부터 새롭게 도전하던 올챙이 시절의 열정과 도전정신을 다시 한 번 회복해야할 때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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