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이창섭] 해답은 의외의 곳에서 나왔다. 장고 끝에 박찬호가 선택한 팀은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한 뉴욕 양키스였다. 컵스와 샌프란시스코도 후보군에 있었지만 끝내 좋은 결실은 맺지 못했다.
양키스가 박찬호에게 제시한 연봉은 120만 달러(+인센티브 30만)다. 이것은 필라델피아가 제시한 금액(300만)에 절반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다시 한 번 최근의 '경제 한파'가 얼마나 치명적이었는지를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애당초 박찬호가 계약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먼저, 박찬호는 선발 투수로 다시 보직전환을 할 수 있길 원했다. 노모 히데오가 세운 동양인 최다승 기록(123승) 경신에 불과 4승만을 남겨놓았던 그는 이 부문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다. 불펜에서도 4승은 충분히 올릴 수 있으나, 이러한 방식은 의미가 반감된다고 여겼다.
박찬호에 의하면 안정적인 선발 자리를 제시한 팀은 워싱턴 밖에 없었다고 한다. 컵스와 샌프란시스코도 5선발 자리를 제안했지만 이것은 '보장'이 아닌 다른 후보들과의 '경합'이었다.
그렇다면 양키스에서 박찬호는 선발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현실적인 상황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양키스도 현재 컵스와 샌프란시스코처럼 C.C. 사바시아-A.J. 버넷-하비에르 바스케스-앤디 페티트로 이어지는 4인 로테이션이 완성된 상황이다. 5번째 선발 자리는 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인다. 양키스가 애지중지하는 필 휴즈와 조바 체임벌린이 바로 그 기회에 도전하는 후보 선수들이다. 정상적인 선발 라인업에서 박찬호가 들어갈 곳은 찾아볼 수 없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선발 전력에 구멍이 생겨도 박찬호에게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브라이언 캐시먼 양키스 단장은 박찬호가 다저스 시절에 있을 때부터 흥미를 가졌다고 한다. 즉, 당시 주로 중간 계투로 뛴 '불펜투수' 박찬호에게 관심을 가지고 계약을 원한 것이다. 그래서 선발 투수 중 한 명이 불가피한 사정으로 이탈하게 된다 하더라도 그 자리가 박찬호에게 돌아갈지는 미지수다. 선발 경력이 있는 채드 고댄이나 팀 내 유망주 혹은 구단 성격 상 트레이드를 통해 오히려 새로운 수준급 선발 자원을 찾을 확률이 높다.
박찬호가 새로운 팀을 물색하면서 고려한 두 번째는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리고 양키스의 경우, 경기 전 몸을 풀게 되는 불펜 등 각종 시설과 서둘러 캠프에 합류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등은 해당 조건을 충족시킨다. 그러나 이번 계약에 있어 개인적으로 가장 우려가 되는 부분이 바로 이 '환경'이다.
뉴욕의 언론, 그리고 팬들은 선수들에게 상당한 압박을 가한다. 오죽하면 '양키스 프레셔'란 말이 있겠는가. 박찬호는 심리적인 안정감이 동반되어야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다. 물론 예전에 비해 관록이 생겼고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도 좋아졌으나, 여전히 나쁜 기억으로 남아있는 아메리칸리그 행은 불안이 앞선다.
(*일부에서는 박찬호가 양키스에 강했다는 점을 들면서 호투를 바라고 있는데, 지금부터 그가 상대해야 될 팀 중 양키스는 없다. 새로 개장된 뉴 양키스타디움도 월드시리즈에서 1.1이닝을 던진 경험만 있을 뿐이다. 단순히 과거 기록을 놓고 본다면 밝은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다.)
게다가 박찬호는 경기 중반 긴박한 상황에 등판할 확률이 높다. 불펜 투수의 부담감에 영향을 주는 것은 팀의 공격력보다 수비력이다. 마크 테세이라가 오면서 내야 수비진은 좋아졌지만 걱정되는 점은 포수와의 호흡이다. 공 하나로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불펜투수에게 실투는 허락되지 않는다. 그동안 수비에서 아쉬운 모습을 노출한 양키스의 주전 포수 호르헤 포사다가 박찬호를 침착하게 이끌 수 있을지도 하나의 관건이다.
마지막으로 박찬호가 원한 것은 바로 '월드시리즈 우승이 가능한 팀'이었다. 본 조건이 박찬호가 양키스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이다. 지난 시즌 우승팀인 양키스는 올해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지고 있으며, 오프시즌 동안 충분한 전력 보강을 마쳤다.
우승의 기쁨을 함께 누렸던 자니 데이먼과 히데키 마쓰이는 팀을 옮겼지만 커티스 그랜더슨과 닉 존슨이 새롭게 등장했다. '툴 플레이어'와 '출루머신'의 등장으로 타선은 한 층 좋아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투수력도 애틀란타에서 재기에 성공한 하비에르 바스케스를 영입하면서 선발진을 견고히 다졌고, '끝판왕' 마리아노 리베라는 여전히 난공불락이다. 또한,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포스트시즌 악몽에서 벗어난 점도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박찬호에게 계약을 제시했던 구단 중 양키스보다 우승에 가깝게 다가선 팀은 없다.
월드시리즈 반지를 위해 박찬호는 또 한 번 리그를 옮기는 '위험한 도박'을 감행했다.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든 박찬호의 결정은 위험성을 가지지만, 새로운 도전 정신이란 측면에서 박수를 받을 만하다. 과연 박찬호의 선택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월드시리즈 우승을 바라는 박찬호의 신념이 이번에는 반드시 하늘에 닿을 수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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