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키스를 택한 박찬호의 ‘잃은 것’과 ‘얻은 것’
[야구타임스 | 김홍석] 간혹 언급되긴 했지만, 실제로 박찬호의 새로운 팀이 뉴욕 양키스가 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쉽게 예측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제 현실이 되어 박찬호 자신과 한국의 팬들에게 다가왔고, 이제는 새로운 시즌 새로운 팀에서 뛰게 될 박찬호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로 만 37세가 되는 박찬호는 뉴욕 양키스를 선택했다. 다른 팀에서의 제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중 박찬호가 원하는 ‘우승반지’에 가장 근접한 팀이 바로 양키스였기 때문. 그리고 이것은 이제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맞이하고 있는 박찬호가 또 한 번의 힘들고도 쉽지 않은 도전을 선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 돈은 잃고, 더 높은 우승 가능성을 얻다
박찬호는 올 시즌 연봉 120만불에 양키스와 계약했다. 성적에 따른 옵션 30만불이 있지만, 그것을 모두 따낸다 하더라도 지난 연말 필라델피아 측이 내놓은 금액의 절반에 불과하다. 좀 더 좋은 조건과 나은 환경을 위해 당시 필리스의 제안을 거절했었지만, 그 후 미국 내 경제 한파의 영향으로 FA 시장이 갑자기 얼어붙으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지고 말았다.
어차피 지나간 일을 후회해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 박찬호와 그의 에이전트 제프 보리스는 현 상황에서 가장 좋은 선택을 했다. 뉴욕 양키스는 박찬호가 원하는 월드시리즈 우승에 가장 근접해 있는 팀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지난 3달의 기다림으로 인해 연봉은 반토막이 나고 말았지만, 우승반지를 획득할 가능성은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올 시즌도 양키스는 강하다. 작년에 통산 27번째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그들은 올해도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포트스시즌 울렁증’을 극복하며 팀을 우승으로 견인한 알렉스 로드리게스(30홈런 100타점 .286)와 홈런-타점 2관왕에 빛나는 마크 테세이라(39홈런 122타점 .292)를 주축으로 한 타선은 데릭 지터, 로빈슨 카노, 호르헤 포사다, 커티스 그랜더슨 등 올스타 출신 선수들만 한 가득이다. 타격은 두 말할 것 없는 최강이다.
C.C. 사바시아(19승 8패 3.37)와 A.J. 버넷(13승 9패 4.04), 앤디 페티트(14승 8패 4.16) 등이 버틴 선발진에 지난해 애틀란타에서 완벽하게 부활한 하비에르 바즈케즈(15승 10패 2.87)가 트레이드를 통해 새로이 합류했다. ‘역대 최고의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44세이브 1.76)는 불혹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완벽한 피칭을 뽐내고 있다. 이만하면 투수력도 다른 그 어떤 팀과 비교해 결코 밀리지 않는다.
프로 스포츠 가운데 가장 의외성이 크고,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기로 유명한 종목이 바로 야구다. 그렇기 때문에 뉴욕 양키스의 2연패를 쉽사리 낙관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올 시즌 우승에 가장 근접해 있는 팀’이 뉴욕 양키스라는 사실은 분명하며, 그것은 박찬호가 우승반지를 획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 내셔널리그를 잃고, 핀 스트라이프를 얻다
박찬호는 지난 2002년부터 2005년 중반까지 3년 반 동안 텍사스 레인져스 소속으로 아메리칸리그에서 뛰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시절에 대한 좋은 기억은 거의 없다. 많은 연봉(1300만불)을 받았지만, 심적으로는 항상 고통스러웠던 것이 아메리칸리그 시절에 대한 박찬호와 팬들의 기억이다.
반대로 박찬호가 잘했을 때는 항상 내셔널리그 소속이었을 때다. 데뷔와 전성기를 함께하고 나중에는 구원투수로서의 부활을 알릴 수 있었던 것도 LA 다저스라는 팀에서였다. 월드시리즈 마운드를 밟은 작년의 필라델피아와 텍사스에서의 아픈 기억을 뒤로하고 조금의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샌디에이고 시절도 내셔널리그 소속이었다.
박찬호는 다시 한 번 아메리칸리그에 도전했다. 그리고 이 선택의 결과는 쉽사리 예측하기 힘들다. 투수가 타석에 들어가는 내셔널리그와 달리 아메리칸리그는 지명타자제도를 사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투수와 지명타자의 타격 능력 차이 외에, 작전 수행에 있어서도 훨씬 용이한 편이기 때문에, 투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아메리칸리그 투수들이 내셔널리그로 옮기면 방어율이 10~20% 낮아지고, 반대인 경우에는 10~20% 정도 올라간다는 것이 메이저리그 전문가들 사이에서의 정설이다. 실제로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전체의 경기당 평균득점은 4.82점, 내셔널리근 4.43점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소속팀인 양키스(AL 팀득점 1위)를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정도. 하지만 그러한 이점은 작년에도 지니고 있었던 박찬호였다.(필리스는 NL 팀득점 1위)
그런 위험스런 도전의 결과로 박찬호가 얻게 된 것은 바로 핀 스트라이프다. 모두는 아니지만 정말 많은 수의 선수들이 그리는 꿈의 유니폼. 그가 속했던 LA 다저스나 필라델피아 필리스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구단임에 틀림없지만, 역시나 뉴욕 양키스라는 이름에 비하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박찬호는 드디어 메이저리거라면 한 번쯤은 몸담고 싶어 하는 팀의 일원이 되었다. 양키스라는 팀에 한국 선수의 자취를 남길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며, 국내의 팬들 역시도 그러한 부분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
▶ 양키스라는 팀은 그 자체로 위험할 수 있다
양키스에는 3명의 ‘2000만불의 사나이’를 비롯해 1000만 달러 이상의 고액 연봉자가 무려 8명이나 존재한다. 박찬호의 연봉은 팀 내 16위에 불과하며, 이것은 연간 2억 달러가 넘는 엄청난 돈을 선수들에게 투자하는 뉴욕 양키스의 전체 페이롤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양키스의 현지 언론은 120만 달러라는 비교적 헐값에 박찬호 정도의 베테랑 불펜 투수를 데려온 것에 우선은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박찬호가 지난 2년 동안 불펜투수로 뛰면서 보여준 성적을 감안하면, 팬들도 박찬호의 합류를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번 계약은 브라이언 캐시맨 양키스 단장이 이번 오프시즌 기간 중 보여준 또 하나의 ‘굿 무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뉴욕이라는 곳은 세계에서 가장 극성스러운 언론과 팬들을 보유한 곳이다. 그곳의 언론은 1년 내내 팀을 쥐고 뒤흔들기 때문에 단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잘하는 선수와 못하는 선수에 대한 팬들의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며, 하루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놀라운 경험을 선수에게 안겨줄 수도 있는 곳이다. 양키스에서 살아남으려면 방법은 딱 한 가지, 무조건 잘하는 수밖에 없다.
또한, 그곳은 선수가 되살아나기를 기다리는 팀이 아니다. 쓸만한 선수가 부족해서 가용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스타일의 팀도 아니다. 박찬호가 양키스에서 선발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예측도 그러한 이유에다. 선발 투수들이 부상을 당하면, 불펜 투수들을 변신시키기 보다는 트레이드를 통해 또 다른 수준급 투수를 수급해 오는 것이 바로 양키스라는 팀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봉 120만 달러의 박찬호는 무조건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 팀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연봉이 적은 선수가 부진했을 때는 얼마든지 미련 없이 방출시키고 새로운 선수를 물색하는 것이 이 팀은 일상화되어 있다. 작년에도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선 7월에 유니폼을 벗은 선수가 한 둘이 아니다.
주축 선수들 대부분을 팀 내에서 스스로 키운 필라델피아와 달리 양키스의 경우는 선수들 대부분이 우승을 위해 모인 ‘외인구단’의 성격이 짙다. 당연히 클럽하우스 분위기도 필라델피아와는 딴판이다. 로드리게스나 테세이라 등 안면이 있는 선수들이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런 팀 분위기에 적응하여 녹아드는 것도 박찬호에게 주어진 과제다.
박찬호는 우승이라는 마지막 목표를 위해 다소 위험하고도 험난한 여정을 선택했다. 과연 박찬호가 뉴욕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시끄럽고 요란한 도시에서 언론과 팬들의 압박을 이겨내며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아직은 그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어색하지만, 그 유니폼을 입고 우승을 기뻐하는 박찬호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 야구타임스 김홍석
☞ '창용불패' 임창용, 선동열마저 뛰어넘을까?
☞ 2010년 MLB, 이 선수들을 주목하라 - AL편
☞ 2010년 MLB, 이 선수들을 주목하라 - NL편
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 Copyrights ⓒ 야구타임스(yagootime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TRACKBACK :: http://yagootimes.com/trackback/736
-
skyblue의 생각
Tracked from isbpkw's me2DAY 삭제양키스를 택한 박찬호의 ‘잃은 것’과 ‘얻은 것’
2010/02/26 09: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