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이준목]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2007년 이후, SK 와이번스는 언제나 프로야구계 핫 이슈의 중심에 놓여있었다. 항상 우승권을 다투는 뛰어난 성적도 성적이지만, 크고 작은 논란의 중심에 서는 일도 빈번했다.

사실 나머지 7개 구단의 팬들에게는 그동안의 김성근 감독과 SK야구의 이미지는 ‘악역’에 가까웠다. 빈볼시비, 벤치 클리어링, 욕설파문, 고의 패배 의혹 등등 지난 3년간 프로야구계에서 벌어진 숱한 사건사고마다 SK와 김성근 감독이 본의 아니게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언제부터인가 SK는 그들이 지니고 있는 수많은 긍정적인 가치에도 불구하고, 야구팬들 사이에서 ‘일본식 야구를 하는 승리 지상주의에 찌든 팀’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낙인찍힌 부분이 적지 않다.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이후 SK만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은 특유의 끈끈함과 승리에 대한 열정은, 종종 승리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변질되기 일쑤였다. 김성근 감독은 2007년과 2008년 한국시리즈를 연이어 제패하며 오랜 무관의 한을 벗어냈지만, 그의 야구를 바라보는 안티팬들의 견제와 질시는 오히려 더욱 견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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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2009년 포스트시즌에서 명승부를 거듭한 끝에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라이벌 두산을 상대로 초반 2연패 뒤 내리 3연승을 거두는 희대의 역전쇼를 선보였고, KIA를 상대로도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으로 패했쳤다. 김광현, 박경완, 전병두 등 주력 선수들 상당수가 빠진 상황에서도 SK 선수들이 보여준 눈부신 투혼과 포기하지 않는 승부근성은 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아이러니하게도 SK 구단이나 김성근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2연패했던 시기보다 준우승을 차지한 지난해에 오히려 더 많은 팬들의 격려와 위로를 받았다. 지난 시즌의 모습으로 인하여 김성근과 SK 야구를 다시 보게 되었다는 팬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사실 기본적으로 김성근 야구가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이전에 김성근 야구를 바라보는 팬들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치열함은 있되, 감동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큰 점수차로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을 감행하고 9회말에 투수를 교체하는 등의 경기운영이 문제였다.

그것이 김성근 감독에게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프로의 기본자세’였지만, 상대팀과 팬들에게는 ‘상대에 대한 존중이 없는 비매너 야구’로 받아들여졌다. 엄청난 훈련량과 잦은 작전으로 대표되는 ‘감독의 야구’는, 선수의 혹사를 부추기고 자율성을 해치는 구시대식 ‘아날로그 야구’로 폄하되기도 했다.

SK가 2년간 프로야구를 호령하는 절대강자이자, 왕조의 위치에 있었을 때 김성근 야구를 바라보는 시선은 ‘존경받지 못하는 1인자’ 혹은 ‘반드시 넘어야할 끝판대장’에 가까웠다. 하지만 2009시즌의 SK는 달랐다. 시즌 내내 주축 선수들의 줄 부상으로 끊임없는 위기에 시달렸다. 또한 포스트시즌 내내 SK는 절대강자가 아닌 약자의 위치에서 도전하는 입장에 놓여있었다.

물론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부정적인 사건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나온 두산과의 신경전과 나주환의 홈 슬라이딩 하이킥 사건, KIA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벌어진 벤치 클리어링과 김성근 감독의 사상 첫 퇴장 파문 등은 ‘역시 SK’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채질하기 충분했다. 만약 SK가 KIA를 누르고 3연패를 달성했더라면 그들은 또 다시 실력 외적인 부분으로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벼랑 끝에 선 SK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은 김성근과 SK 야구를 바라보는 세간의 편견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왜 김성근 감독이 그토록 치열하게 야구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 왜 SK 선수들이 승리에 굶주린 야수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SK에 있어 지난 정규시즌 후반기와 포스트시즌은 우승 여부를 떠나 ‘존재의 이유’를 입증했던 시간이라고 할만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김성근 감독이 처음 ‘야신’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2002년에 그가 이끌던 LG는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게 패하여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러나 아무도 우승전력으로 평가하지 않았던 LG를 한국시리즈까지 이끈 후, 압도적인 전력차의 삼성을 상대로 보여준 신기의 용병술은 적장인 김응용으로부터 야신이라는 최고의 찬사를 얻어내기에 이르렀다.

두 번이나 한국시리즈에서 결승홈런에 눈물을 삼켜야했지만 오히려 그 순간 김성근 감독은 ‘역대 가장 위대한 2인자’로 역사에 남으며 1인자 못지않은 전설로서 남게 됐다. ‘끝판대장’같은 김성근이 있었기에 삼성과 KIA의 우승이 더욱 극적일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사실 김성근의 야구를 보는 진정한 재미는 결과보다 그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우승을 차지했을 때는 우승이라는 결과물에 가려져 돋보이지 못했던 그 ‘과정의 야구’가 오히려 패배하는 과정 중에 제대로 드러나며 일부 팬들에게 어필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많은 야구팬들이 SK와 김성근 감독의 야구를 싫어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그 수가 제법 줄어들었으며, 그들의 능력까지 의심하는 이들은 이제 거의 없다.

2010시즌 SK는 원점에서 다시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늘 그랬듯이 묵묵히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하고 잊혀진 선수들의 재활을 도우며 팀 전력을 강화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언제나 ‘도전’을 인생의 목표로 삼아 달려왔던 야신이기에, 지난 한국시리즈의 패배는 오히려 새로운 동기부여가 될 전망이다. 김성근과 SK야구는 2010시즌 또 어떤 핫 이슈로 팬들에게 다가올까. 프로야구의 개막이 이제 한 달 남짓 남았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SK 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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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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