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이준목] ‘코리안특급’ 박찬호의 올 시즌 최종 행선지가 뉴욕 양키스로 확정되면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세간의 예상을 벗어난 선택이기도 했지만, 그 대상이 미국 프로야구 최고명문구단인 양키스라는 점에서 팬들 사이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 것이 사실이다.

인생이 그러하듯이 하나를 얻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박찬호가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선택하면서 그만큼 포기해야했던 것들도 있다.

일단 얻은 것을 꼽자면 우선은 메이저리그 전 구단을 통틀어 가장 우승에 근접한 전력인 양키스 소속이 되면서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점. 또한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는 명문구단의 일원이 되었다는 명예도 빼놓을 수 없다. 뉴욕은 박찬호가 전성기를 보냈던 LA 못지않게 한인교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미국 최대의 도시라는 점에서 박찬호에게 든든한 정서적 위안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희생해야하는 것들로는 연봉을 비롯한 보직과 기록 등을 꼽을 수 있다. 양키스는 박찬호와 협상했던 필라델피아나 시카고 컵스보다 특별히 나은 대우를 제시한 것도 아니고, 선발 가능성은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았던 유일한 팀이다.

기왕이면 선발 복귀를 갈망했던 박찬호지만 양키스에서 그가 선발로테이션에 가세할 확률은 냉정히 말해 제로에 가깝다. 물론 필요시 박찬호가 선발로도 뛸 수 있다는 장점은 양키스 코칭스태프나 선수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장기레이스에서 시즌 중 2~3번 정도 임시선발로 나설 기회는 주어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정 선발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스타플레이어가 많고 자금력이 탄탄한 양키스는 어쩌다 결원이 생기더라도 박찬호보다는 젊은 투수에게 기회를 주거나 외부 선수를 영입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박찬호의 낮은 연봉은 잘할 때는 상관없지만 오히려 못할 때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메이저리그도 결국 자본의 논리로 움직이는 곳이다. 박찬호의 연봉인 120만달러는 양키스 입장에서는 소위 ‘껌 값’에 불과하다. 박찬호 같은 베테랑 투수를 헐값에 영입한 것은 양키스에 있어서도 행운이지만, 반대로 일정한 성적을 내지 못할 경우 그만큼 몸값이 비싼 다른 선수들에 비하여 빨리 ‘팽’당할 위험성도 크다는 의미다. 선수수급의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는 양키스이기에, 선수의 컨디션이 회복되기를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양키스같은 구단에서는 초반 성적에 따른 이미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의 박찬호처럼 높은 몸값을 받는 스타플레이어가 아닌 상황에서 팀 내 입지를 확실히 하려면, 올 시즌 초반의 활약이 시즌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찬호는 올해 계약이 늦어지면서 스프링캠프 합류가 동료들보다 한참 늦었다. 페이스를 빨리 끌어올려야한다는 부담감은 5년 만에 돌아온 아메리칸리그에 대한 적응 여부와 함께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

▲ 불펜투수로도 도전할만한 기록은 많다.

양키스행을 선택함과 동시에 개인적 기록에 대한 많은 미련을 접어야했던 박찬호지만 불펜투수로서도 박찬호가 도전할만한 목표는 아직 많이 남아있다.

박찬호는 2009시즌까지 총 423경기에 등판해 1929⅓이닝을 소화하며 통산 120승 95패, 평균자책 4.35를 기록했다. 현재 아시아 투수 최다승과 최다이닝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의 노모 히데오(123승 1976⅓이닝)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앞으로 4승과 47⅓이닝이 남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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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는 불펜투수로 활약했던 지난 2년간 7승을 추가했다. 아무래도 선발보다는 승리투수가 될 기회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아메리칸리그는 타자들의 비중이 높은데다 전력이 좋은 양키스에서는 불펜투수들도 타선지원을 등에 업고 비교적 많은 승리를 챙기곤 한다.

지난해 양키스의 우완 셋업맨 알프레도 아세베스는 구원투수로만 43경기에 등판하여 무려10승(1패 1세이브 3.54)을 챙긴 바 있다. 양키스가 기대하는 젊은 투수인 필 휴즈 역시 지난해 불펜 투수로 활약하며 51경기에서 8승(3패 3세이브 18홀드)을 기록한바있다.

박찬호가 올 시즌 양키스의 필승 셋업맨 가운데 한 명으로 자리매김할 수만 있다면 자연히 승수를 챙길 기회도 늘어날 전망이다. 7~8회를 무사히 막아내면 그 뒤에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로 꼽히는 마리아노 리베라가 버티고 있다. 막강한 선발과 마무리에 비하며 미들진에 베테랑 투수가 부족하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으로 꼽히는 양키스 마운드에서 박찬호가 충분히 자신의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박찬호는 2008시즌 다저스에서 54경기에 등판하여 95⅓이닝을 소화하며 4승 4패 평균자책 3.40을 기록했고, 지난해 필라델피아에서는 45경기 83⅓이닝 3승 3패 평균자책 4.43을 기록했다. 특히 작년에는 선발로 뛴 경기보다 구원투수로서의 성적이 훨씬 더 좋았으며, 2년 연속 구원투수치고는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양키스 불펜투수 중 최다이닝을 기록한 아세베스가 80⅔이닝을 소화했던 것을 감안할 때, 박찬호가 부상만 아니라면 올해도 70~80이닝 정도는 무난히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고, 승수도 양키스의 타선을 감안할 때 4~5승은 챙길 수 있을 전망이다. 노모 히데오를 넘어 역대 아시아 최다승 투수는 물론, 최초의 통산 2000이닝 돌파도 충분히 가능하다.

관건은 잦은 부상과 연투 능력에 달려있다. 박찬호는 지난해 필라델피아에서 좋은 내용을 선보였으나 시즌 막판 잔부상으로 고전했다. 필라델피아의 찰리 매뉴얼 감독은 박찬호와의 재계약이 불발된 이후, 노골적으로 박찬호의 연투 능력에 대하여 딴지를 걸기도 했다. 노장이자 불펜투수로서 연투능력에 제한이 있다는 것은 자신의 입지 구축에 있어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다.

박찬호는 늘 40세 이상 현역에서 뛰는 것을 목표로 삼아왔다. 단순히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를 떠나 양키스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향후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구원투수로서 장수할 수 있는 확실한 입지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여기에 미국 최고의 인지도를 자랑하는 명문구단 양키스에서 당당히 전력의 한 축을 차지한다는 것은, 박찬호의 개인의 명예를 드높일 뿐만 아니라 2002년 텍사스 시절부터 박찬호의 경력에 주홍글씨처럼 따라붙는 ‘먹튀 이미지’를 완전히 청산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선수생활이 끝난 이후에도 지도자로서의 미래를 꿈꾸는 박찬호에게 양키스같은 대형구단에서 스타선수들을 관리하는 방법이나 운영 노하우 등을 지켜보는 것은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선발의 꿈은 잠시 포기하더라도 양키스에서 박찬호가 도전할 목표는 여전히 크고 높은 이유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뉴욕 양키스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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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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