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이준목] 부상은 하루하루가 전쟁 같은 그라운드에서 살아가는 운동선수에게 따라붙는 그림자이자, 그 어떤 상대보다도 경계해야할 강적이기도 하다. 박명환(LG)의 야구인생도 지금까지 부상과의 전쟁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왔다.

많은 팬들은 박명환 하면 지금도 연관 검색어로 ‘유리몸’, ‘양배추’, ‘계륵’ 등을 먼저 떠올린다. 하나같이 박명환의 몸 상태와 연관된 표현들이 많다. 그만큼 기량은 훌륭하지만 꾸준함이 부족했던 것이 박명환의 야구인생이었다.

박명환은 그만큼 언제나 시작부터 부상을 안고 시즌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았고,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다치지 않고 무사히 한 시즌을 마치는 걸 보기가 더 어려웠다. 이제 어느덧 리그에서 손꼽히는 베테랑 투수가 된 후에도 부상징크스는 끈질기게 박명환을 괴롭혀왔고, LG로 무대를 옮긴 뒤에는 첫 시즌을 제외하면, 2년 연속 부상을 신음했다. 그 결과 이제 그에게는 ‘먹튀’라는 수식어까지 따라붙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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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환은 2006년 12월 4년간 최대 40억원의 FA 대박을 터뜨리며 두산에서 LG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두산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할 수 있었던 선수가 다른 팀으로, 그것도 같은 서울 라이벌 팀으로 이적했기 때문에 전 소속팀 팬들로부터 원망을 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LG 팬들의 기대는 더 컸다. 박명환은 이적 후 첫해였던 2007시즌 10승 7패, 평균자책점 3.19로 기대에 부응하며 FA의 성공사례로 떠오르는 듯 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8년부터 또다시 부상의 악몽이 그를 찾아와 괴롭히기 시작했다.

어깨 통증이 심해지면서 2008시즌을 거의 온전히 날려야했고, 이듬해인 2009시즌에도 5월이 되어서 겨우 복귀하여 복귀투를 펼쳤지만 이번에는 허벅지 부상으로 시즌을 날려야했다. 지난 2년간 박명환이 LG에서 거둔 성적은 9경기에 등판해 단 한 번의 승리도 없이 패배만 4번 당했고 고작 39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사실 누구보다 부상이라는 단어가 지긋지긋한 것은 바로 박명환 본인이다. 96년 프로에 데뷔하여 어느덧 15년차를 맞이한 박명환은 통산 295게임에 등판하여 98승 84패 평균자책점 3.64라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박명환이라는 이름값에 비하면 상당히 아쉬운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통산 평균자책점에서 보듯 건강할 때의 박명환은 분명히 리그 정상급 에이스다. 하지만 지난 14년 동안 그가 10승 이상을 기록한 시즌은 모두 5번, 15승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의 건강함이 유지되는 시기가 길지 않았던 것이 늘 문제였다.

만일 박명환이 선수생활 내내 큰 부상 없이 커리어를 이어갔다면 어땠을까. 100승은 벌써 4~5년 전에 돌파했을 것이고, 한 시즌 15승 이상을 기록한 시즌도 2~3차례는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부상에 시달리고서도 세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한 시즌이 8번이나 될 만큼 탈삼진 능력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다. '잃어버린 시간'은 박명환 본인에게도 큰 한으로 남았지만, 한편으로 그를 성원해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미안함도 빼놓을 수 없다.

▲ 우등상보다 개근상이 우선

박명환은 지난 14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친정팀 두산과의 시범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오랜만에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6월에 있었던 히어로즈전 이후 무려 281일만의 공식 경기 등판이었다.

내용은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1⅓이닝 동안 3안타 3볼넷 4실점. 총 47개의 공을 던져 스트라이크 26개, 볼 21개를 기록했으며 삼진도 하나만을 기록한 채 봉중근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날 시범경기를 보기위하여 경기장을 찾은 홈팬들을 아쉬움에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박명환의 표정은 담담했다. 시범경기이니 만큼 컨디션 점검에 무게를 두고 결과에는 신경을 쓰겠다는 눈치였다. 박명환은 "오랜만의 등판이라 다소 긴장했고 경기감각도 떨어졌다"고 밝혔지만, "몸 상태는 정상이다. 시즌 준비는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으니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날 최고구속이 시속 141km에 그친데서 보듯, 박명환은 이날 전력투구를 하지 않았다. 그동안 떨어진 경기감각을 익히고 달라진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는데 초점을 맞춘 기색이 은연중에 드러났다.

무리하게 페이스를 끌어올리다 부상이 재발되던 과거의 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박종훈 감독 역시 구위보다는 등판 후 박명환의 몸 상태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데 만족한 눈치였다.

박명환은 부상이 없다면 봉중근, 곤잘레스에 이어 LG의 3~4선발을 책임져 줄 후보로 꼽히고 있다. LG가 매년 괜찮은 전력으로 꼽히면서도 포스트시즌과 인연이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늘 투수력에 있었다. 봉중근을 받쳐줄 10승 투수에 목마른 LG로서는 박명환이 한 시즌을 온전히 완주해야만 마운드의 안정을 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진다.

박명환에게 올 시즌 필요한 것은 우등상이기 이전에 개근상이다. LG의 마지막 포스트시즌 기억이던 2002년 이후, 가을잔치에 도전할 수 있을만한 최상의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 박종훈호에게, 박명환의 부활은 그 성패를 좌우할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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