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이준목] '별명왕' 김태균(지바 롯데)은 아마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운명을 타고난 듯 하다.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김태균은 일본 데뷔 첫 시작부터 가장 드라마틱한 한주를 보내며 일본야구계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사실 김태균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0.342, 홈런 2개, 타점 7개로 맹활약하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막상 실전은 달랐다.
20일 세이부와의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4번 타자로 선발출장 했던 김태균은 상대 에이스 와쿠이 히데아키의 구위에 철저히 눌리며 4연속 삼진을 당해 일본야구 개막전 최다삼진 신기록을 수립하는 굴욕을 당했다. 이튿날인 21일 경기에서도 두 번째 타석까지 삼진 2개를 추가하며 6연속타석 삼진이라는 희대의 불명예 진기록을 세웠다.
첫 2경기에서 남긴 성적은 8타수 무안타, 삼진 6개, 병살타 1개. 일본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김태균의 '굴욕'을 일제히 대서특필했고, 국내에서도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태균은 세 번째 경기에서 비로소 첫 안타를 기록했지만, 좀처럼 배팅포인트를 찾지 못하면고 고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김태균은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27일 지바 마린스타디움에서 열린 니혼햄 파이터스와의 홈경기에서 9회말에 터진 동점 2타점 적시타를 포함해 팀의 3타점을 모두 쓸어 담으며 맹활약한 것. 시범경기에서 홈런포를 날렸던 다르빗슈에게 얻은 희생플라이로 일본데뷔 첫 타점을 올렸고, 볼넷도 2개나 골라내며 3타수 1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28일이었다. 역시 니혼햄과의 시합, 김태균은 4-5로 뒤진 9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상대 마무리 타게다 히사시를 상대로 극적인 2타점 역전 끝내기 안타를 터뜨렸다. 공교롭게도 히사시는 전날에도 김태균에게 동점타를 허용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사실 이날도 김태균의 활약은 극적이었다. 김태균은 이날 8회까지 4차례 타석에 들어섰으나 볼넷만 2개 얻어냈을 뿐 무안타에 그쳤었다. 이날 마지막 타석에 서기 전까지 김태균은 홈경기에서 팬들의 야유를 듣기도 했다. 물러설 곳 없는 2사 만루라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만일 또다시 삼진이라도 당했다면 자칫 큰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볼카운트 1-2에서 히사시의 4구째 높은 직구를 놓치지 않고 중견수 앞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2,3루 주자가 연이어 홈을 밟아 경기가 6-5 역전승으로 끝난 순간, 지바 롯데 선수들은 일제히 그라운드에 뛰어나와 김태균을 얼싸안고 환호했다.
관중석에서도 한동안 '김태균'을 연호하는 함성이 이어졌다. 실로 오랜만에 대한민국 국가대표 4번 타자다운 모습을 입증한데다, 김태균이 일본무대 진출 이후 처음으로 환한 웃음을 지었던 하루이기도 했다.
김태균은 28일 현재 23타수 4안타로 타율 .174를 기록 중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자칫 개막전 이후 길어질 수도 있었던 슬럼프를 벗어나 4경기 연속 안타행진을 이어가며 일본무대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했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끝내기 안타를 쳤다는 사실보다 더 고무적인 것은 김태균이 점차 일본투수들의 공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김태균은 니혼햄과의 주말 연전에서 안타는 2개에 그쳤지만 볼넷을 무려 4개나 골라내며 출루율을 높였다. 초반에 연속으로 삼진을 당할 때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볼넷이 들어나면서 김태균의 타석당 투구수도 자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투구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김태균이 그만큼 일본 투수들의 공을 지켜보고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최근 타석에서는 범타로 물러나더라도 공을 배트 중심에 맞추는 빈도가 늘어났다. 김태균은 국내에서 활약할 당시에도 9시즌 동안 통산 .310의 타율을 기록하면서 517개의 볼넷도 함께 얻어냈을 만큼 선구안과 정확도를 겸비한 거포였다.
냉정히 말해 김태균이 아직 국내 무대에서 가장 좋았던 시절만큼의 타격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아직은 팬들이 기다리는 홈런 등의 장타를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와 전혀 다른 일본 투수들의 성향에 적응하느라, 당장은 공을 따라가고 있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일본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초반에 꾸준한 출루와 타점생산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서히 페이스를 찾아가고 있는 김태균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지바 롯데 마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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