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김홍석] 롯데 자이언츠가 3연승을 달리며 최하위에서 탈출, 또 다른 반전을 예고하고 있다. 개막 5연패 시절의 암울했던 분위기는 이미 저 멀리 날려버렸다. 워낙에 롤러코스터 같은 행보를 거듭하는 팀이라 앞으로도 안심할 수는 없지만, 최근의 분위기가 좋은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롯데가 5연패의 늪에 빠져드는 동안은 모든 것이 위기처럼 보였다. 너무나도 불안한 수비와 신뢰가 가지 않는 구원투수들, 특히 침체된 타선은 득점권 상황에서 점수를 얻지 못하는 답답한 모습을 계속 이어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무너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선발 투수진이었다.
▶ 굳건한 선발진
5연패든 3연패든, 롯데의 선발 투수들은 8경기 모두 최소 5이닝 이상을 책임지는 성과를 거뒀다. 8경기에서 47이닝의 소화, 선발진 전체의 평균자책점도 3.83으로 매우 준수하다. 상대를 압도할만한 투구를 보여준 것은 조정훈 뿐이었지만, 나머지 경기에서도 4자책 경기를 두 번한 송승준을 제외하면 모두 3실점 이내로 선방했다.
사도스키와 장원준은 각각 2패씩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것은 타자들이 도와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5연패를 당하는 와중에도 롯데의 선발진만큼은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리고 그 희망은 타선의 컨디션이 올라옴에 따라 연승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넥센과 한화에게 각각 11실점, 13실점하며 불안한 모습을 드러냈던 투수진이지만, 나머지 6경기에서의 실점은 17점으로 경기당 평균 3점도 되지 않는다. 대량 실점한 두 경기가 야수들의 실책 때문에 경기의 흐름이 상대방 쪽으로 완전히 넘어간 후에 벌어진 참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롯데의 투수진은 전체적으로도 크게 나쁜 모습이 아니다.
1선발 사도스키는 구위를 통해 자신을 향한 세간의 평가가 과장되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5이닝 3실점(1자책)과 6이닝 3실점으로 두 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6이닝이상 3자책이하)급 피칭을 했다. 연거푸 3-2의 한 점차 스코어로 상대에게 패하긴 했지만, 사도스키의 투구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실책만 아니었다면 두 경기 모두 좀 더 좋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었다. 앞으로 더 확실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겠지만, 에이스로서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장원준과 송승준은 개막 전부터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했던 선수들. 개막 이후에는 다소 굳은 모습이지만 롯데 야수들이 범한 11개의 실책 가운데 9개가 두 선수가 등판한 4경기에 집중되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는 이해해줄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2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올 시즌에도 이들 두 명이 두 자리 승수를 거둬준다면 롯데로서는 더할 나위가 없다.
지난해 후반기 롯데가 내놓은 최고의 히트상품 조정훈은 1군 복귀전에서 환상적인 투구를 보여주며 1시간 57분 경기의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아시안 게임 대표로 뽑히기 위해 개막전부터 뛰겠다며 조급해하던 조정훈을 코칭스태프가 말린 것이 결과적으로는 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이스로서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외국인 투수와 검증된 3명의 선발요원, 거기에 스프링캠프 때부터 로이스터 감독의 극찬을 받은 ‘예비역’ 이명우가 나머지 한 자리를 맡는다. 이명우는 지난 4일 KIA 전에서 6⅔이닝 7피안타 2실점의 빼어난 투구로 첫 승의 발판을 확실하게 놓은 주인공. 한 팀의 5번째 선발 요원으로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다.
롯데가 2년 연속 4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에는 모두 선발진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작년 같은 경우는 팀 득점 꼴찌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정훈-송승준-장원준 세 선수의 힘으로 4강행 막차를 탈 수 있었다. 야구가 어디까지나 ‘지키는 것’에서 시작하는 스포츠라는 점을 감안할 때, 선발진만 무너지지 않고 버텨준다면 롯데는 희망을 잃지 않아도 될 것이다. ▶ 여전한 불안요소
8경기에서 롯데의 총 득점은 28점, 경기당 평균 3.5점에 불과하다. 최근 2경기에서 13점을 따내긴 했지만, 상대가 LG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걸 두고 타선이 살아났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지난 주말 KIA와의 3연전에서는 총 9득점으로 묶였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득점권 상황에서의 부진한 타격은 아직도 완전히 해갈되지 않았다. 6일 경기에서 7점을 뽑긴 했지만, 경기 초반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못해도 10점 이상은 얻을 수 있었던 시합이었다. 그것을 적시타 부족과 주루 플레이의 미숙으로 날려버린 것은 승리 이면에 숨어 있던 아쉬운 점들이다. 7일 경기에서도 1회 터진 홍성흔의 만루 홈런 한 방으로 많은 득점에 성공했을 뿐, 총 안타수는 6개에 불과했다.
방망이에 불이 붙은 홈런-타점 1위 홍성흔(3홈런 11타점)을 비롯해 주포인 이대호(.321)와 가르시아(.300)의 컨디션이 상승세라는 점은 무척 고무적이다. 하지만 1번 타자인 김주찬이 지금까지 10번 출루했지만 단 하나의 득점도 기록하지 못했다는 것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부분. 아직까지는 롯데 타선의 부활을 확신할 수 없다.
무엇보다 불안한 것은 수비진이다. 정보명이 심각한 수비 불안을 나타내는 바람에 결국 이대호가 다시금 3루로 이동했다. 3루수로 나오건 2루수로 나오건 정보명이 그라운드에 있을 때는 롯데의 내야진 전체가 크게 흔들린다. 그렇다면 결국 지금의 박종윤(1루)-이대호(3루) 체제를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최근 타격감이 좋은 김민성을 3루수로 기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것은 위험 요소가 크다. 김민성이 주전 3루수가 되면 2루수와 유격수의 백업 요원이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이기고 있는 경기의 후반에 승부를 굳히기 위해 수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정보명을 기용할 수는 없는 법, 결국 대타나 대주자를 기용하는 과정에서도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외야 수비 역시 이승화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가 극심하다. 김주찬(좌)-이승화(중)-가르시아(우)의 외야 수비진은 어디에 내놔도 뒤처지지 않는 좋은 수비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승화 대신 김주찬이 중견수로 들어가고, 손아섭이 좌익수로 배치되면 롯데의 외야진은 한 순간에 너무나 불안한 모습으로 돌변한다. 외야에서의 실책은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선수 기용을 놓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선발진이 굳건하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4강 진출을 논할 팀으로서의 자격은 충분하다. 현재 8개 구단 가운데 롯데 만큼 5명의 선발 로테이션이 확실한 팀도 없다는 점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가 목표로 하는 것이 우승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타선의 집중력 회복과 수비진의 안정이 급선무다. 타선이 도와주지 않고 수비수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실책을 하는 모습이 반복되다 보면, 투수들은 결국 무너지게 되어 있다.
야구에서의 시너지 효과란, 투수가 타자에게 믿음을 주고 타자도 투수에게 믿음을 줄 수 있을 때 극대화 된다. 롯데의 선발 투수들은 이미 어느 정도 믿음직한 모습을 보이며 자신들의 가치를 입증했다. 이제는 야수들이 그에 화답할 차례다. 8일 LG와의 주중 3연전을 마무리한 후 한화와의 주말 3연전을 앞두고 있는 롯데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지느냐는 바로 여기에 달려 있다.
// 야구타임스 김홍석(블로그 : MLBspecial.net)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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