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김홍석] KIA의 손영민(23)이 또 다시 롯데 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번에도 상대 타자는 롯데의 포수였다. 이쯤 되면 롯데 포수들과의 악연이 너무나도 질기다고 해야 할 것이다.

5월 2일 사직구장에서 펼쳐진 'CJ마구마구 프로야구 2010'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시즌 9차전 경기. 양 팀 선발인 사도스키(7⅓이닝 3실점 1자책)와 로페즈(8이닝 4실점)가 나름 제 몫을 해준 가운데 경기는 승부를 보지 못하고 4-4의 상황에서 연장으로 돌입했다.

10회말 롯데의 공격, KIA 마운드는 로페즈의 뒤를 이어 9회부터 올라온 손영민이 지키고 있었다. 홍성흔과 이대호를 연거푸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2사 이후 가르시아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면서 2루 도루마저 허용, 이어진 대타 전준우의 내야안타와 도루로 인해 2사 2,3루의 위기 상황을 맞이했다.

타석에 들어선 것은 주전 포수 강민호가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교체 투입된 장성우, 결국 그가 경기를 마무리 짓는 우익수 앞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며 팀을 3연패의 위기에서 구해냈다. 손영민은 고개를 숙였고, 데뷔 첫 끝내기 안타를 기록한 롯데의 안방마님 장성우는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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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와 비슷한 장면을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타자는 다르지만 사직에서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고 고개를 떨구는 손영민의 모습은 분명 익숙하다. 그도 그럴 것이 손영민이 사직에서 끝내기 안타로 무너진 것이 올해까지 3년 연속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상대는 모두 롯데의 안방마님들이었다.

손영민과 롯데, 그 중에서도 특히 포수와의 악연은 재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7월 17일, 마찬가지로 사직에서 벌어진 롯데와 KIA의 경기. 당시 롯데는 KIA에게 당한 2패를 비롯해 5연패를 당하며 시즌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경기는 2-2의 동점으로 연장전에 돌입했고, 8회 2사부터 마운드를 지키던 손영민은 연장 10회말 1사 1,2루 위기 상황에서 강민호를 맞이했다. 망설이지 않고 초구를 노린 강민호는 우익수를 넘기는 끝내기 적시타로 2루 주자 조성환을 홈으로 불러들이면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롯데가 지긋지긋한 5연패에서 탈출하는 순간이었다. 그 해 강민호는 손영민을 상대로 5타수 1안타에 그쳤지만, 바로 그 유일한 1안타가 저 때의 끝내기 안타였던 것이다.

그로부터 약 9개월 후인 지난해 4월 15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와 KIA의 시즌 2차전 경기. 전날 구톰슨-유동훈 콤비에게 철저하게 봉쇄당하며 0-4의 영봉패를 당했던 롯데는 이날도 서재응-유동훈에게 8회까지 무득점으로 눌렸다. 다행히 롯데도 선발 장원준이 8이닝 무실점의 좋은 피칭을 보여준 덕에 0-0 상황에서 맞이한 9회말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 기회.

9회에 등판한 좌완 김영수가 선두타자 가르시아에게 좌중간 2루타를 허용하자, 조범현 감독은 롯데의 우타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우완 옆구리 투수인 손영민을 마운드에 올렸다. 위기 상황에서 등판한 손영민은 홍성흔에게 볼넷을 허용한 후 폭투까지 내주며 무사 1,3루의 위기를 자처했고, 마침 또 그 때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포수 강민호였다.

강민호는 손영민의 6구째를 통타해 좌익수 키를 넘기는 그림 같은 끝내기 안타를 만들어내 팀과 팬들에게 1-0의 짜릿한 한 점차 승리를 선물했다. 전날의 패배를 되갚아 주는 것은 물론, 연속 무득점 기록을 21이닝에서 멈추게 한 귀중한 안타였다. 패전투수는 가르시아에게 2루타를 허용한 김영수였지만, 최종적으로 강민호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마운드에서 고개를 숙인 KIA 투수는 또 다시 손영민이었다.

그로부터 또 약 1년이 지난 이번 경기에서 손영민은 또 다시 사직 롯데 전 끝내기 안타에 당하고 만 것이다. 이번에는 강민호가 아닌 장성우였지만, 롯데의 포수마스크를 쓰고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었다. 이쯤되면 장성우가 경기 중 교체된 강민호로부터 ‘끝내기 안타의 기운을 이어받았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법 하다.

2006년 KIA에 입단한 손영민은 2007년부터 본격적인 불펜요원으로 기용되며 매년 좋은 활약을 펼쳐왔다. 지난해까지 통산 13승 5패 19홀드 2세이브 3.2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었으며, 팀의 셋업맨 역할을 비교적 잘 수행해왔다.

하지만 올 시즌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16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5.00으로 다소 불안한 모습. 무엇보다 지난 3년 동안 6번 밖에 없었던 블론 세이브가 올해에는 벌써 3번이나 되고, 2일 경기에서는 구원패까지 기록했다. 어쩌면 이번 경기의 결과로 인해 슬럼프가 길어질 지도 모르는 일이다.

손영민과 롯데의 질긴 악연, 그리고 그 악연을 만들어낸 강민호와 장성우라는 두 명의 롯데 포수들. 앞으로 남아 있는 10번의 맞대결에서 손영민은 이 빚을 모두 갚아줄 수 있을까. 물론, 내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 김홍석 기자(블로그 : MLBspecial.net)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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