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김홍석]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5선발 자리를 노리고 있는 박찬호(36)가 드디어 첫 실기시험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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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는 한국시간으로 3월 2일 새벽에 벌어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의 시범경기에서 2:0으로 지고 있던 상황에 선발 브렛 마이어스의 뒤를 이어 4회 마운드에 올랐다. 첫 2이닝은 안타를 허용하면서도 실점 없이 잘 막아냈지만, 6회 상대 포수 브라이언 맥캔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면서 1점을 허용했다.

결과는 3이닝 4피안타 1실점. 홈런 허용이 아쉽긴 하지만,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박찬호가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팀 타선이 5점을 뽑아준 덕에 이날 경기의 승리투수로 기록될 수 있었다. 시범경기라 승패 기록이 큰 의미를 가지지는 않지만, 기분 좋은 일인 것만은 틀림없다.

박찬호를 마지막으로 팀의 5번째 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4명의 투수가 모두 시범경기 첫 등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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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메이저리그의 개막 엔트리 진입과 보직이 확정된 선수라면 시범경기 성적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전력투구를 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오프시즌 중에 새롭게 개발한 구질이 있다면 그것을 시험해보기도 한다. 에이스급 투수들이 마이너리거 중심으로 구성된 타선을 상대로 난타를 당하곤 하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박찬호를 비롯한 저 4명의 투수는 사정이 좀 다르다. 5선발 보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기에 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선발에서 탈락하더라도 메이저리그 잔류가 확정되어 있는 박찬호와 달리, 나머지 3명의 투수는 선발 경쟁에서 탈락할 경우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그 절박함이 더하다.

각각의 첫 번째 등판 결과는 삼진 3개를 잡아내며 2이닝을 퍼펙트로 마무리한 팀내 No.1 유망주 카를로스 카라스코(22)가 가장 돋보인다. 지난해 막판 팀의 5선발로 활약한 J.A. 햅(26)도 호투했다. 카일 켄드릭(24)과 박찬호는 나란히 솔로 홈런을 허용하며 1실점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로 선수들 간의 우위가 확실하게 갈린 것은 아니다. 단지 단 한 명의 탈락자도 나오지 않았을 뿐, 여전히 비슷한 상황에서 앞으로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옳다.

카라스코는 더블A에서의 경험밖에 없지만, 팀 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투수 유망주다. 필리스는 늦어도 2011년에는 콜 하멜스-브렛 마이어스-카를로스 카라스코로 이어지는 1~3선발 구도를 확정짓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LA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21)가 그랬듯이, 이러한 특급 유망주를 향한 메이저리그 팬들의 사랑과 기대는 상당히 수준이다.

J.A. 햅은 지난 시즌 막바지에 주전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을 틈타 선발로 4경기에 등판한 바 있다. 햅 개인은 1승밖에 챙기지 못했지만 팀은 그 4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고, 그것은 막판 포스트시즌 진출에 큰 기여를 했다.

햅이 2008년의 영웅이라면 카일 켄드릭은 2007년의 영웅이었다. 6월 중순이 되어서야 메이저리그로 올라온 켄드릭은 20경기에 선발 등판해 10승 4패 방어율 3.87의 빼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그가 보여준 기대 이상의 활약이 없었더라면, 그 당시 기적 같은 막판 대역전극을 보여주며 뉴욕 메츠를 제치고 지구 1위를 차지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비록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지난해에 부진한 성적(11승 9패 5.49)을 기록하는 바람에 지금은 5선발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지만, 그를 향한 팬들의 사랑은 여전하다.

박찬호는 이런 젊고 가능성 있는 3명의 선수와 5선발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햅과 켄드릭은 팀에 큰 공헌을 한 이들이다. 카라스코는 팀의 미래다. 박찬호는 필리스를 위해 공헌한 것이 아무 것도 없으며, 카라스코처럼 미래에 대한 기대를 걸 수 있는 선수도 아니다. 팬들은 박찬호의 편이 아니라는 뜻이다.

시범경기 결과가 비슷한 수준이라면 박찬호는 켄드릭이나 햅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 카라스코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할 가능성이 크지만, 당장 눈앞의 성적이 워낙 독보적이라면 곧바로 메이저리그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도 있다.

그런 난관을 극복하고 5선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실력차이’를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찰리 매뉴얼 필리스 감독과 리치 듀비 투수 코치는 최대한 선입견을 배제하고 4명의 투수에게 동일한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박찬호에게 브렛 마이어스와 동일한 3이닝을 던지게 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시범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박찬호를 롱릴리프로 활용할 심산이었다면 6회에까지 마운드에 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험난한 여정이 예상되지만 다저스에서의 지난해와 비교하면 훨씬 나은 상황임이 틀림없다. 남은 것은 실력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 것 뿐. 아직 기회는 충분하다.

‘선발투수’라는 자신의 꿈를 향한 36세 노장투수 박찬호의 투혼, 그것은 그를 응원하고 지켜보는 수많은 한국 야구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 김홍석 기자(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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