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목 칼럼
2010/07/19 10:43
강철민과 박종훈 감독의 '희망 찾기'
[야구타임스 | 이준목] 박종훈 LG 감독은 항상 긍정적인 화법을 즐겨 사용한다. 이긴 경기는 이긴대로 또 진 경기는 진대로, 단지 결과만 놓고 평가하기 보다는 그 과정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발견하고 의미를 부여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팀이 한창 부진할 때도 경기 후 박종훈 감독의 인터뷰 스타일은 "~해서 잘 안 된다."는 식의 부정적인 발언보다는 "~한 것만 보완하면 더 좋아질 수 있다." 혹은 "경기는 졌지만 ~한 점은 좋았다."는 식으로 선수단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살려주기 위하여 애썼다.
보통 국내 감독들은 칭찬에 인색한 반면 비판에는 엄격한 편이다. 하지만 박종훈 감독은 열심히 하거나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들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설사 실수를 하거나 잠시 부진하다고 해도 대외적으로 직접 선수를 비판하는 일은 되도록 삼가는 대신, 잘못된 부분에 대한 지적은 요점만 짧고 확실하게 끝내는 스타일이다.
18일 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도 박종훈 감독의 '긍정 리더십'은 또 한 번 빛을 발휘했다. 전날 연장접전 패배에 이어 같은 상대에게 이번에는 영봉패(0-7)를 당한 상황, 계속되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 속에 힘이 빠질 법도 했지만, 이날 박종훈 감독은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 그 희망의 이름은 바로 '강철민'(31)이었다.

사실 많은 이들은 이날 경기를 사실상의 '버리는 카드'로 예상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가 상승세의 삼성인데다, 이날 LG의 선발로 나선 투수가 지난 2006년을 끝으로 1군 경기에 등판한 기록이 없었던 강철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철민은 박종훈 감독의 기대를 헛되게 만들지 않았다. KIA 소속이던 2006년 6월 7일 롯데전 이후 무려 4년 1개월 만의 등판에서, 강철민은 4이닝 동안 1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기대 이상의 호투를 선보였다. 선발 가뭄에 시달리던 LG 팬들의 눈길을 한 순간에 사로잡으며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오랜만에 등판이라 긴장한 듯, 초구에 볼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투구수(92개)가 늘어난 게 흠이었지만 안타는 단 1개밖에 내주지 않않고, 이것이 바로 박석민에게 허용한 홈런이었다. 경기는 비록 LG의 패배로 끝났으나, 적어도 강철민은 자신의 몫을 어느 정도 해준 셈이다.
한양대를 졸업하고 2002년 KIA에 입단했던 강철민은 당시 고졸신인이었던 김진우와 함께 KIA 마운드를 이끌 최고의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으나, 고질적인 팔꿈치 부상으로 빛을 발하지 못했다. 급기야 지난해 4월 김상현, 박기남과 맞트레이드되어 LG로 둥지를 옮기게 되었다. 김상현이 새 둥지에서 기량이 만개하며 한국시리즈 우승과 MVP까지 차지하여 KIA 입장에서는 ‘역대 최고의 트레이드’가 된 반면, 강철민은 여전히 2군을 전전하고 있어 LG 입장에서는 '남 좋은 일'만 시켜준 꼴이 되었다.
올해도 당초 LG의 마운드 전력에 거론도 되지 않았던 강철민이었지만, 기회는 생각지 않은 순간에 찾아왔다. 박명환, 심수창 등 믿었던 주력 선발 투수들이 줄줄이 부진의 늪에 허덕이며 선발 로테이션이 구멍이 난 상황, 박종훈 감독은 새로운 얼굴들에게 고개를 돌렸고 2군에서 절치부심하던 강철민에게도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박종훈 감독은 일찍부터 강철민에 주목했다. "작년까지는 상체 위주의 피칭을 하다 보니 제구력이 불안했는데, 이제는 하체를 동반한 투구를 하면서 투구 폼이 안정됐다."고 진단했다. 강철민이 올 시즌 퓨처스리그(2군)에서 4경기에 등판해 2승,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하는 호투를 이어가자 전격적인 1군 투입을 결정하며 "생각보다 컨디션이 빨리 올라왔다. 구속은 지금도 나쁘지 않다. 단지 1군 경기에서도 제구력이 통할지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예상대로 이날 강철민은 가능성과 문제점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컨디션과 직구의 볼 끝은 나쁘지 않았지만 제구가 잘 되지 않아 투구수가 늘어난 것이 5이닝을 채우지 못한 원인이었다. 강철민은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오랜만의 등판이라 긴장도 많이 했지만, 믿고 기다려준 구단과 팬들 덕에 힘을 낼 수 있었다. 이번엔 이기지 못했지만 자신감을 얻은 만큼 다음엔 좀 더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종훈 감독은 이날 경기결과에 상관없이 강철민의 투구에 호평을 보냈다. "강철민이 선발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큰 수확이다. 앞으로 선발로서 충분히 제 몫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물론 "제구력은 아직 더 보완이 필요하다."는 숙제도 있지 않았다.
단지 한 경기만으로 섣부른 판단은 어렵지만 박종훈 감독은 강철민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여기에는 끊임없는 동기부여를 통하여 선수들의 잠재력을 일깨우기 위한 노력이 숨어있다. 4강 싸움을 위하여 하루하루 힘겨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박종훈 감독은 당장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좀 더 장기적인 미래를 위한 '희망 찾기'에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LG 트윈스, 기록제공=Statiz.co.kr]
☞ '차바시아' 차우찬은 국보도 미소 짓게 한다
☞ [블로그] 류현진-이대호-홍성흔, 올 시즌 MVP는 누가 될까?
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 Copyrights ⓒ 야구타임스(yagootime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