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이준목] 당초 2010시즌 프로야구는 '외국인 투수 전성시대'로 예상되었다. 개막 당시부터 무려 14명의 외국인 투수들이 한국무대를 밟으며, 질과 양에서 모두 역대 최고수준으로 꼽혔다. 각 팀마다 외국인 투수들이 선발 마운드의 원투펀치를 맡아줄 것을 기대했고, 그것이 올 시즌 판도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눈길을 모았다.

전반기를 마감한 지금, 올 시즌 외국인 투수농사는 팀별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그 어느 때보다도 두드러진다. 일단 자기 몫을 다해준 선수로는 단연 카도쿠라 켄(SK)과 켈빈 히메네스(두산)를 꼽을 수 있다.

히메네스는 19경기(선발 18회)에 등판하여 외국인 투수들 가운데 최다승인 12승(3패), 평균자책점 3.23을 기록했고, 사도스키(118이닝) 다음으로 많은 108⅔이닝을 소화했다. 카도쿠라도 20경기(선발 17회)에 등판해 가장 좋은 3.18의 평균자책점으로 10승(4패) 고지를 밟았다. 104⅔이닝을 책임지며 김광현과 더불어 SK 마운드의 원투펀치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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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메네스는 초반 운이 많이 따라줬다. 4월까지 4점대 후반의 자책점을 기록했을 만큼 내용이 그리 좋지 않았으나, 막강한 타선의 지원을 등에 업고 꼬박꼬박 승수를 추가하며 자신감이 붙었다. 최근에는 5경기 연속 퀼리티스타트를 기록하는 등, 지난 18일 롯데전에서는 1점만 내주고 9회까지 마운드를 지켜 두산 투수로서 2년 3개월 만에 완투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카도쿠라의 성공은 일반적인 예상을 벗어난 결과다. 지난해 ‘평범한 노장 투수’ 정도로 평가받았던 카도쿠라는 올 시즌 외국인 투수 랭킹에서도 중하위권 정도로 예상되었었다. 그러나 올 시즌 SK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일본인 투수 특유의 철저한 분석과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김성근 감독의 특별지도하에 포크볼의 구위까지 향상되면서 올 시즌 맹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의 라이언 사도스키(7승 6패 평균자책 3.81)도 후반기가 기대되는 선수다. 4월까지의 5경기에서 4패만 기록하며 한때 ‘퇴출설’에 휘말리기도 했으나, 5월부터는 국내 야구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을 보여주며 연일 좋은 피칭을 보여주고 있다. 5월 이후 등판한 13경기 가운데 12번이 퀄리티 스타트였으며, 118이닝과 13번의 퀄티티스타트 회수 등은 외국인 선수들 가운데 최고 기록이다. 초반 기록이 아쉬울 뿐, 긴 이닝을 적은 실점으로 막아내는 사도스키의 피칭은 안정감 면에서 단연 최고다.

LG의 마무리 오카모토 신야(4승 3패 16세이브 평균자책 2.33)와 KIA의 교체 투수 리만 콜론(5승 4패 평균자책 3.77) 등은 '중박' 선수로 분류된다. 오카모토는 시즌이 거듭되면서 다소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고 4번의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 것이 아쉽고, 콜론은 좋은 구위에도 불구하고 체력적인 문제를 노출하여 6~70개를 넘어가면 피안타율이 급격히 상승하는 ‘반쪽짜리 선발’이라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넥센의 애드리안 번사이드(8승 9패 평균자책 5.50)는 꾸준한 등판에 비해 거둔 성적이 다소 아쉽다. 두산의 왈론드(5승 3패 평균자책 4.60)는 초반 부진을 딛고 극적으로 생존하는데 성공했으나, 여전히 널뛰기를 거듭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어 확실한 신뢰감을 심어주지 못했다.

그나마 이 정도를 제외하면 올 시즌 외국인 투수 농사의 전체적인 성적표는 기대 이하다. 특히 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 투수후보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LG의 에드가 곤잘레스와 한화의 호세 카페얀은 메이저리그 출신이라는 경력이 무색하게도 둘 다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쪽박으로 전락했다. 이미 퇴출된 곤잘레스가 평균자책점 7.68로 6패, 카페얀은 무려 11패를 당하는 동안 기록한 평균자책점이 9.15에 이른다.

성공한 외국인 투수의 롤모델로 꼽혔던 로페즈도 올해는 지난해와 극과 극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4승으로 다승왕과 골든글러브를 석권했던 로페즈가 올 시즌 17경기에 등판하여 거둔 승수는 단 1승, 패전을 무려 8회나 기록했고 평균자책점도 5.63이나 된다. 잘 던지고도 승운이 따르지 않으면서, 동료들에게 화풀이를 하거나 라커룸의 기물을 파손하는 행동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고, 최근에는 형편없는 타선지원으로 마음고생이 이어지고 있다.

이밖에 삼성의 프란시스코 크루세타와 브랜든 나이트, SK의 게리 글로버, 한화의 데폴라, LG의 더마트레 등도 모두 승보다 패가 많거나 자책점이 5~6점대를 웃돌고 있어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선수들로 분류된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은 곧 팀 성적에 있어서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많은 외화를 들이며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은,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지만 한편으로 그만큼 한국야구의 성장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LG 박종훈 감독이나 한화 한대화 감독은 외국인 투수들의 실패가 기량문제가 아니라 적응의 문제였다고 평가한다.

"곤잘레스나 카페얀은 이미 구위는 검증된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초반 승운이 따르지 않고 투구패턴이 조금씩 분석되며 자신감을 잃었다. 한국야구에 대한 적응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타자의 정교한 선구안과 맞추는 능력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스스로의 마인드 컨트롤에서도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올 시즌 성공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카도쿠라나 히메네스, 퇴출 위기를 딛고 살아남은 사도스키나 왈론드의 경우, 한국야구를 적극적으로 배우고 팀 분위기에 융화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메이저리그나 일본같이 높은 수준의 야구 경력을 자랑하는 외국인 선수들이라 할지라도, 지금의 한국야구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으며 철저한 준비와 한국야구에 대한 존중심이 없으면 살아남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두산 베어스, SK 와이번스,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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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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