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김홍석] WBC의 주최국이랄 수 있는 미국 대표팀이 시간이 갈수록 계속해서 약해지고 있다. 28인 최종 엔트리가 발표된 후에도 일부 선수들의 불참 선언이 이어지고 있으며 급기야는 부상자까지 발생, 벌써 4명의 선수가 교체됐다.
미국 대표팀은 한국시간으로 3일 새벽, 라트로이 호킨스(휴스턴 에스트로스)와 조엘 한라한(워싱턴 내셔널스)을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최고의 마무리 조합으로 꼽히던 조 네이선(미네소타 트윈스)과 B.J. 라이언(토론토 블루제이스)이 한꺼번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
외야수인 그래디 사이즈모어(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브래드 호프(콜로라도 로키스)가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쉐인 빅토리노(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아담 던(워싱턴 내셔널스)으로 멤버가 교체된 것에 연이은 또 다른 충격이다.
무엇보다 이번의 멤버 교체는 16개 참가국 중 단연 최강으로 손꼽히던 불펜이 붕괴할 위험에 처했다는 점에서 그 위험성이 크다.
미국 대표팀이 이번 대회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힐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뛰어난 풍부한 선수자원에 힘입은 위력적인 타선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믿음직한 불펜진에 대한 신뢰가 컸기 때문이다. 투구수 제한 규정이 있는 대회에서, 구원투수진이 막강하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강점임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미국은 4명의 선발 투수 외에 10명의 구원투수를 선발하여 대회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그 핵심에 서 있었던 두 명이 바로 조 네이선과 B.J. 라이언이었던 것. 이들 두 명의 불참은 당장 팀의 주전 마무리 요원이 사라졌다는 말과도 같다.
네이선은 지난해 1.33의 철벽 방어율로 39세이브를 기록했으며, 지난 5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평균 1.83의 방어율로 39.8세이브를 기록한 위력적인 마무리다. 5년 가운데 4번이나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는 등, 최근 몇 년 간의 성적만 놓고 본다면 ‘현역 No.1 마무리’라는 명성은 네이선에게 돌아가야 마땅하다.
라이언도 대표팀의 마무리 역할을 소화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선수. 지난해(32세이브 2.95)를 비롯해 부상으로 시즌을 통째로 날렸던 2007년을 제외하면 2005년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정상급 마무리로 군림해왔다. 미국 대표팀에서는 네이선 다음의 마무리 카드로 첫 손에 꼽히는 선수였는데, 그 역시도 참가하지 않게 된 것이다.
미국 대표팀에 뽑힌 10명의 구원투수 가운데 지난해 풀타임 마무리로 활약했던 선수는 위의 두 명을 포함해서 총 3명, 나머지 한 명인 브라이언 푸엔테스(LA 에인절스)는 8강이 겨루는 본선 2라운드가 되어야 대표팀에 합류한다. 이대로라면 예선에서는 경험이 일천한 풋내기 투수들에게 9회를 맡겨야할 수도 있다.
네이선과 라이언을 대신해 대표팀에 합류한 선수들 중 호킨스는 메이저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 셋업맨이다. 하지만 통산 방어율이 4.64에 불과하고 지난해에도 3.92를 기록, 다른 팀도 아닌 미국 대표팀에 뽑힐 수준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올해로 3년차를 맞이하는 한라한(9세이브 3.95)도 마찬가지.
예비 엔트리 구성 단계부터 보스턴의 특급 마무리 조나단 파펠본(41세이브 2.34)과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인 필라델피아의 브래드 릿지(41세이브 1.95)가 불참을 선언하더니, 결국은 네이선과 라이언까지 발을 뺐다. 결국 미국 대표팀은 뛰어난 4명의 마무리가 단 한 명도 참가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말았다.
워낙에 불참을 선언한 이들이 많아 선발투수진과 타선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우승후보로 꼽혔던 것은 대표 1진으로도 손색이 없는 구원진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한 치 앞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WBC의 성격이 공신력 있는 국제대회라기 보다는 ‘메이저리그에서 주최하는 국가 대항 초청경기’에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메이저리거들이 참가를 꺼리고 있는 상황. 그렇잖아도 다른 나라들의 원성이 자자한 가운데, 자국 대표 구성에서까지 애를 먹는 바람에 미국은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지금쯤 미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데이비 존슨 감독은 ‘풍요 속의 빈곤’이 무엇인지를 절실히 깨닫고 있을 것이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미국의 1진급 대표팀이었지, 지금과 같이 대체선수가 가득한 2진급 대표팀이 아니었음을 그들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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