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ㅣ 손윤 기자] 오랫동안 붉은 헬멧을 앞세워 아마야구의 최강자로 군림한 쿠바 야구 대표팀은 야구가 정식 종목이 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까지 18전승으로 2연패를 달성했다. 하지만 프로 선수들이 참가가 허용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예선에서 네덜란드에게 덜미를 잡힌데 이어서, 결승에서는 마이너리거로 구성된 미국에게 패배하면서 은메달에 머물렀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예선에서 일본에게 일격을 당했지만, 캐나다와 호주를 연파하면서 8년 만에 왕좌에 복귀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예선과 결승에서 한국에게 연패를 당하면서 은메달에 그쳤다.

2006년에 열린 제1회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는 한 때 미국의 경제 제재를 이유로 참가를 거부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도미니카, 푸에르토리코 등과 격전을 펼친 끝에 결승진출에 성공한다. 하지만 일본과의 결승전에서는 투구수 제한 규정으로 인해 에이스인 페드로 라조가 등판하지 못하게 되면서 6 : 10으로 패배의 쓴잔을 마시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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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에 대비해서 훈련을 하고 있는 쿠바 대표팀 ⓒ WBC 공식 홈페이지

멕시코, 호주,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예선 B조에 속한 쿠바는 앙숙지간인 미국에서 열리는 이 대회의 우승을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90년대 쿠바 야구의 슈퍼스타인 오마 리나레스가 '역대 최약의 대표팀'이라고 강한 비난을 쏟아내는 등 전력 약화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쿠바 WBC 대표팀 최종 멤버>

투수(14명) - 페드로 라조, 대니 베탄코트, 알버틴 채프맨, 블라디미르 가르시아, 노베르토 곤잘레스, 율리에스키 곤잘레스, 이스멜 히메네즈, 미구엘 라에라, 시로 리세아, 유네스키 마야, 야디에르 페드로소, 루이스 로드리게스, 요레시스 우라시아, 노르게 베라

포수(3명) - 롤랜도 메리노, 요스바니 페라자, 아리엘 페스타노

내야수(6명) - 미셀 엔리퀘즈, 율리에스키 구리엘, 알렉산더 마예타, 루이스 나바스, 헥터 올리베라, 에두알도 파레트

외야수(5명) - 레스리에 앤더슨, 프레더릭 세페다, 요엔니스 세스페데스, 알프레도 데스파이네, 레오니스 마틴

에이스인 페드로 라조와 주포인 율리에스키 구리엘 등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했던 15명이 여전히 대표팀에 남아 있지만, 베이징 올림픽 수위타자인 알렉세이 벨과 제1회 WBC에서 지명타자로 맹활약한 요안디 가르로보 등은 부상 등의 이유로 엔트리에서 빠졌다. 대신 작년 12월 쿠바 리그 역대 최고 스피드인 시속 102마일(약 164km/h)을 기록한 알버틴 채프맨 등이 새롭게 대표팀에 승선했다.

2007-2008시즌(2008-2009 시즌의 경우에는 WBC로 인해 리그를 중단한 상황이라서 데이터가 너무 적다)에 15승 무패를 기록한 율리에스키 곤잘레스와 13승 5패의 페드로 라조의 강력한 원투 펀치를 비롯해 타자들의 경우는 14명 중에서 9명이 OPS 1.000 이상을 기록한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외견상으로는 막강한 마운드와 강력한 핵타선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주위깊에 살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만이 아니라 항상 쿠바 대표팀은 대표로 뽑힌 투수들의 평균 자책점이 매우 낮고, 타자들은 상당한 고타율을 기록한 선수들로 구성되어 왔다. 그만큼 좋은 선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쿠바 야구가 레벨적으로 낮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지금으로부터 6,70년 전에는 몇몇 선수들이 투타에서 월등한 기량을 자랑하면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성적들이 쏟아진 적이 있다. 이것은 리그 전체의 수준이 낮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후 점차적으로 리그 전체의 레벨이 향상되면서 투수의 평균 자책은 높아지고, 반대로 타율은 떨어졌다.

이와 마찬가지로 쿠바 리그 역시 선수간의 레벨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으로 치면 프로선수와 고교선수가 같은 리그에서 뛰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

전체적으로 쿠바의 투수들은 포심 패스트볼보다는 투심 패스트볼을 잘 구사하며, 다양한 변화구와 변칙적인 투구폼 등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데 능수능란한 편이다. 힘보다는 기교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에이스급인 페드로 라조와 율리에스키 곤잘레스, 노르게 베라 등을 제외하면 컨트롤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타선에서는 요엔니스 세스페데스(26홈런), 요스바니 페라자(25홈런), 알프레도 데스파이네(24홈런), 율리에스키 구리엘(22홈런) 등이 20홈런 이상을 기록하였다. 반면에 도루는 21개를 기록한 헥터 올리베라가 최다이며, 그 외에는 알프레도 데스파이네(14도루)와 레오니스 마틴(13도루)만이 두 자리수 도루를 기록했다.

기동력을 바탕으로 하는 한국과 정반대의 스타일로, 타자가 안타와 볼넷 등으로 출루한 후에 후속 타자들의 연속 안타나 장타로 득점을 올리고 있다. 결국, 흔히들 말하는 선이 굵은 야구가 쿠바 타선의 특징이고, 단독 도루 등을 포함한 다양한 작전이 자주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상대팀으로써는 오히려 편안하게 경기에 집중할 수도 있다.

알렉세이 라미레즈(시카고 화이트삭스) 등 매년 많은 선수들이 매년 등으로 망명을 하고 있으며, 알렉세이 벨과 요안디 가르로보 등의 탈락으로 인해 예년에 비해 전력이 약화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국가 경제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강한 목적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쿠바 대표팀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쿠바의 국민적 영웅인 그들에게 '우승'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 손윤 기자(블로그 : yagoo.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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