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석 칼럼
2010/08/16 07:11
홍성흔 부상, 위험한 롯데와 이대호의 ‘타격 7관왕’
[야구타임스 | 김홍석] 4강을 향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달려가야 하는 갈 길 바쁜 롯데 자이언츠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팀의 3번 타자이자 올 시즌 타점-득점-최다안타 1위인 홍성흔이 손등 골절상을 입어 남은 정규시즌의 출장이 불투명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홍성흔은 15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 도중 9회 윤석민의 투구에 손등을 맞았고, 곧바로 쓰러지며 큰 통증을 소호했다. 마침 방망이가 휘두르고 있던 터라 몸 쪽 높게 들어오는 공을 피하지 못한 것. 검사 결과 손등에 금이 간 것으로 드러났고, 치료까지는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롯데
같은 날 김상현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해 KIA에게 2경기 차로 쫓기게 된 롯데는 당장의 패배보다 더 큰 것을 잃어버렸다. 올 시즌 롯데 타선의 강함은 상식을 벗어난 이대호와 홍성흔의 막강 타력과 그 시너지 효과로 인한 결과물이었다. 헌데 그 중 하나의 기둥이 무너지고 만 것이다.

투수력이 약한 롯데로서는 4강 진출을 위해 타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마저도 여의치 않게 됐다. 남은 일정이 험난하기만 한 롯데로서는 이제부터 홍성흔 없이 싸워야만 한다. 손아섭, 박종윤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하겠지만, 올 시즌 프로야구 전체 타자들 가운데 홍성흔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선수는 이대호 외엔 아무도 없다.
더군다나 롯데는 남아 있는 27경기의 일정이 험난하기만 하다. 롯데가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 크게 앞서 있는 LG(11승 6패)와 넥센(10승 2무 5패) 전은 각각 2경기씩 밖에 남지 않았다. 반면 2승 10패의 절대적인 열세를 보이고 있는 SK와는 당장 다가올 주중 3연전을 시작으로 7경기나 남겨두고 있다.
일정상 불리한 롯데가 KIA를 따돌리고 4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SK와의 남은 경기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를 거둬야만 한다. 하지만 올 시즌 롯데 타자들은 이대호를 비롯해 대부분 SK만 만나면 방망이가 헛돌기 일쑤였다. 그런데, 그나마 SK를 상대로 3할3푼 이상의 좋은 타율을 유지하고 있던 홍성흔을 빼놓고 싸워야 하니, SK와의 승부가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롯데가 1~3위 팀과 17경기, 6~8위 팀과 7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것에 비해, KIA는 1~3위 팀과는 13경기, 6~8위 팀과는 11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그리고 두 팀의 맞대결이 3번 남아 있으며, 올 시즌의 상대전적은 롯데가 KIA에 6승 10패로 열세다.
KIA는 ‘작년의 해결사’ 김상현이 돌아와 후반기 맹활약하고 있는데, 롯데는 ‘올해의 해결사’ 홍성흔 없이 남은 싸움을 이겨내야 한다. 현재 양 팀 간의 2경기 차이가 전혀 크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가시화된 이대호의 ‘타격 7관왕’, 하지만...
홍성흔의 예기치 못한 부상은 엉뚱한 곳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바로 류현진과 이대호의 2파전으로 압축이 되고 있는 MVP 경쟁이다. 이대호와 더불어 타격 부문의 양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던 홍성흔의 이탈로 인해 MVP 레이스에도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356의 높은 타율과 26홈런 113타점을 기록 중인 홍성흔은 타점과 득점(86개), 최다안타(147개)에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으며, 타율과 홈런, 장타율(.615)에서는 리그 2위, 출루율(.434)은 최근 삼성 박석민(.435)에게 2위 자리를 내주며 3위를 기록 중이다. KBO에서 정식으로 수상하는 8개 타격 부문 가운데 도루를 제외한 7개 부문에서 모두 1~3위에 올라 있다.

팀 동료인 이대호는 최근 9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사상 초유의 대기록을 세우며 현재 .367의 타율과 38홈런 111타점을 기록 중이다. 타율과 홈런, 출루율(.440), 장타율(.681)은 1위, 타점과 득점(83개), 최다안타(146개)는 2위다. 이미 2006년에 이은 또 한 번의 4관왕이 유력했던 상황, 그런데 홍성흔의 부상으로 인해 트리플 크라운(타율-홈런-타점 1위)과 더불어 사상 최초로 타격 부문 7관왕까지 가능하게 됐다.
역대 프로야구 최다 타이틀 획득 기록은 5관왕으로, 1994년의 이종범(타율-득점-최다안타-도루-출루율)과 1999년의 이승엽(홈런-타점-득점-출루율-장타율)이 한 차례씩 달성한 바 있다. 그 외 4관왕은 몇 차례 더 나왔지만, 6관왕 이상의 기록은 없었다. 헌데, 올 시즌 이대호의 사상 최초 7관왕 등극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올 시즌 홍성흔과 이대호의 기록은 워낙 압도적이었다. 득점-최다안타-타점의 각 부문 3위는 순서대로 김현수(72득점)-이용규(120안타)-조인성(88타점)으로 2위와의 격차가 매우 컸다. 장타율이나 홈런에서도 이대호가 다른 타자들에게 따라잡힐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지금의 타율과 출루율만 유지한다면 정말로 7관왕이란 전무후무한 위업을 달성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대호의 7관왕을 단순히 홍성흔의 부상에 의한 ‘어부지리’로 볼 순 없다. 득점과 최다안타는 시즌 내내 1~3개 차이로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었고, 10개 이상 차이가 나던 타점 부문도 최근의 홈런 행진과 더불어 그 격차가 2개로 줄어든 상황이었기 때문. 최근의 페이스만 놓고 봤을 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역전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더 이상은 두 선수의 경쟁을 감상할 수 없게 됐다. 시즌 내내 두 선수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경쟁하듯 달려온 터라, 홍성흔의 중도 탈락으로 인해 7관왕의 감동이 조금은 퇴색될 수밖에 없다. 또한, 조금만 페이스를 끌어 올리면 50홈런 달성과 단일 시즌 최다 타점 기록(144개) 경신이 가능한 이대호가 ‘라이벌’이란 존재 없이 홀로 대기록을 작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이대호는 ‘역대급 성적’으로 타격 7관왕을 차지할 확률이 높아졌다. 이만하면 류현진이 전 경기 퀄리티 스타트와 시즌 20승을 동시에 달성한다 하더라도 MVP 경쟁에서 밀릴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하지만 꼭 그렇게만 볼 수 있을까? 오히려 ‘최강의 2인자’였던 홍성흔의 부상이 이대호의 MVP 수상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여러 가지 면에서 홍성흔의 부상은 팬들을 비롯한 야구계 전체에 커다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 야구타임스 김홍석(블로그 : MLBspecial.net)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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