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김홍석] 한국 시리즈가 끝난 후 4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국내 야구팬들은 오직 이 날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오늘(5일) 일본과 중국의 경기를 시작으로 제2회 WBC가 시작된다.

이번 제2회 WBC는 1회 대회 때와는 달리 바뀐 것이 몇 가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승부치기(연장 13회부터) 제도의 도입과, 홈런 타구의 비디오 판독 도입 등이다. 또한 주루 코치는 헬멧을 착용해야 하고 선발 투수 예고제도 실시된다.

하지만 가장 크게 바뀐 것은 바로
‘더블 일리미네이션(Double Elimination)’이라는 새로운 대회 진행 방식이다. 참가하는 16개 나라가 4개조로 나뉘어 겨루는 예선과 2개조로 나뉘는 본선 2라운드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기진행 방식에 따라 다음 라운드 진출권을 따내야만 한다.


▶ ‘더블 일리미네이션’이란 무엇인가?

사실 이 방식이 전혀 생소한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개최되고 있는 E-스포츠 리그에서는 꽤나 오래 전부터 사용되고 있었기에, 스타리그를 즐겨보는 팬들이라면 이 방식을 매우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거기서 사용하는 ‘승자전’과 ‘패자전’ 등의 용어를 그대로 차용하기로 한다.

<더블 일리미네이션 방식>
1경기 : A vs B
2경기 : C vs D
3경기 : 승자전(1경기 승자 vs 2경기 승자) => 승자는 2라운드 진출 확정
4경기 : 패자전(1경기 패자 vs 2경기 패자) => 패자는 탈락 확정
5경기 : 최종진출전(3경기 패자 vs 4경기 승자) => 승자는 진출, 패자는 탈락 확정
6경기 : 순위결정전(3경기 승자 vs 5경기 승자) => 승자가 조 1위

어쩌면 이 제도야 말로 4팀이 참가하는 조별 라운드에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2팀을 가리는 가장 합리적이고도 확실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다른 3팀과 모두 한 번씩 맞붙는 ‘풀리그’방식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단점을 모두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블 일리미네이션 방식은 달리 말하면 일종의 ‘패자 부활식 토너먼트’에 가깝다. 1경기부터 3경기까지만 보면 일반적인 4강 토너먼트 방식과 동일하다. 1,2경기의 승자끼리 맞붙는 승자전(3경기)에서 이긴 쪽이 다음 라운드 진출권을 얻게 되는 것이다.

1,2경기의 패자가 맞붙는 패자전(4경기)은 ‘패자부활전’의 성격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패자전에서 진 팀은 그대로 탈락이 확정 되지만, 이긴 팀은 또 한 번의 기회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회생한 팀은 승자전에서 진 팀과 남은 한 장의 티켓을 놓고 최종진출전(5경기)을 벌인다.

초반 2연승을 하면 이후의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다음 라운드 진출이 확정된다. 반대로 초반 2연패를 하게 되면 더 이상의 경기가 없이 곧바로 탈락이 확정된다. 풀리그로 치러지는 경우에는 2연승이나 2연패를 하더라도 다른 팀의 경기 결과에 따라 탈락하거나 진출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더블 일리미네이션 방식은 다른 팀의 경기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국제 대회를 치를 때마다 계산해보곤 하는 ‘한국이 올라가기 위한 경우의 수’를 이번에는 따지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다음 라운드 진출 여부는 순전히 우리나라의 경기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 더블 일리미네이션 방식을 도입한 이유는?

지난 대회 예선 B조(미국, 캐나다, 멕시코, 남아공)에서는 남아공과 미국을 연거푸 제압하고 2연승으로 신바람을 달리던 캐나다가 멕시코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패하게 되면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일이 있었다. 미국-멕시코-캐나다가 서로 물고 물리는 형국이 되어 나란히 2승 1패(남아공 3패)를 기록하게 되면서, 경기당 실점률이 높았던 캐나다가 다른 두 팀에게 진출권을 내주고 만 것이다.

본선 2라운드 1조(한국, 일본, 미국, 멕시코)에서는 3승으로 내달린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3팀이 나란히 1승 2패를 기록했다. 그리고 경기당 실점률이 가장 낮았던 일본이 4강 진출권을 획득, 급기야 준결승과 결승에서 한국과 쿠바를 연파하며 우승까지 차지해버렸다.

이러한 점이 바로 ‘풀리그’ 방식의 단점이다. 다른 팀의 경기 결과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항상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하고, 같은 승-패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우선순위를 고려하여 다음 라운드 진출 팀을 가리는 풀리그 방식은 종종 ‘운이 좋은 팀’과 ‘운이 나쁜 팀’을 만들어 낸다. 지난 대회에서 일본은 운이 좋은 팀이었고, 한국과 캐나다는 운이 나쁜 팀이었다.

이번에 도입된 더블 일리미네이션 방식은 이러한 풀리그 방식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팬들이 이해하기 어렵다고는 하지만, 수많은 ‘경우의 수’를 따지는 방식보다는 훨씬 간결하고 확실한 제도다. 2연승을 기록하면 진출이 확정되고, 2연패를 당하면 짐을 싸야만 하기에 ‘확실한 강자’만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다.


▶ 6경기(순위결정전)가 필요한 이유는?

스타리그에서 사용되는 더블 일리미네이션 방식에서는 5경기(최종진출전)가 끝이다. 하지만 WBC에서는 6번째 경기로 순위 결정전이 열린다. 이미 다음 라운드 진출이 확정된 두 팀이 또 다시 맞대결을 펼쳐 해당 조의 최종 순위를 가리는 것이다.

사실 이 순위결정전이 반드시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굳이 또 한 번의 경기를 통해 순위를 가리기 보다는 2승으로 진출을 확정지은 승자전의 승자가 조1위, 2승 1패로 진출하게 된 최종진출전의 승자가 조2위가 되는 것이 훨씬 합리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WBC를 주최하는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의 입장에서는 대회의 ‘흥행’과 ‘수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 6번째 경기는 순전히 이 두 가지 목적에서 시행되는 것이다.4팀이 풀리그 방식을 치르면 총 경기수는 6경기가 된다. 더블 일리미네이션 제도가 도입되어 5경기로 끝나버리면 WBC의 전체 경기수는 무려 6경기(예선 4경기, 본선 2경기)가 줄어들게 되고, 이것은 입장권 수익의 저하로 나타난다. 사무국은 바로 이것을 막고 싶었던 것이다.

더블 일리미네이션 방식의 잔인한 점은 2연패를 기록한 팀은 3번째 경기를 치를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승자전과 최종진출전에서 승리한 팀은 각각 3번째, 4번째 경기인 순위결정전(6경기)를 치르게 된다. 즉, 약한 팀의 경기 수를 줄이고 강한 팀의 경기 수를 늘리기 위한 것이 바로 순위 결정전의 존재 이유다.

순위 결정전에 오른 두 팀은 해당 조에서 가장 강한 팀들이다. 당연히 주목도가 높고, 흥행성을 가지고 있다. 경기수는 같지만 최약체도 3경기를 치르는 풀리그 방식보다는 더블 일리미네이션 방식이 전체적인 입장권 수익이나 시청률이 올라갈 가능성이 더욱 큰 것이다.

결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더욱 강한 팀의 다음 라운드 진출’과 ‘흥행 및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서 더블 일리미네이션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이미 진출이 확정된 팀들이 6경기에서 총력전을 벌일 이유가 없다는 점만 제외하면, 매일매일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야구’라는 스포츠에서는 가장 합리적이고도 효과적인 제도일 수 있다.

드디어 시작되는 전 세계 야구팬들의 축제인 WBC. 야구팬이라면 대회 진행 방식을 제대로 이해해 더욱 더 큰 재미를 느껴보도록 하자.

// 김홍석 기자(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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