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이준목] '자이언츠의 무게중심' 이대호가 작성한 9경기 연속 홈런은 세계 프로야구사에 유래 없는 신기록이다. 메이저리그와 미국 언론에서도 이대호의 홈런 기록을 비중 있게 다루며 세계 최고기록으로 공인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야구의 높아진 위상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대호가 달성한 위대한 기록과는 별개로, 그 기록의 증거라고 할 수 있는 신기록 홈런볼을 둘러싸고 벌어진 잡음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이대호의 9호 홈런볼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진 관중은 기념비적인 볼을 구단에 기증하는 대신 본인이 소유하는 것을 선택했다. 이 관중은 홈런볼을 경매에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이대호의 홈런행진이 9경기에서 그치면서 이 홈런볼은 이제 당분간 공식적인 세계신기록을 상징하는 공으로 남게 됐다. 이 기록이 앞으로도 쉽게 깨지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홈런볼의 가치는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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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로 인하여 난처해진 것은 롯데 구단이다. 당초 롯데구단은 관중이 홈런볼을 기증하면 에어컨 선물을 증정하려고 했으나, 관중이 경매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던 탓에 마음을 돌리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롯데 구단은 팬들로부터 곱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대부분의 반응은 관중의 입장을 지지하며 "나라도 안 주겠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그냥 흔한 홈런도 아니고, 명색이 세계신기록이라는 역사적인 가치가 담긴 홈런볼을 고작 에어컨 한 대의 가치와 견줄 수 있느냐는 게 비판의 요지다. 또한 구단이 얼마나 홈런볼을 회수하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있었는지도 의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롯데 구단 측도 할 말은 있다. "홈런볼의 가치를 단지 돈으로 계산하여 에이컨과 바꾸려던 게 결코 아니다. 단지 홈런볼을 기증해준 팬들에 대한 감사와 성의의 표시로, 이전에도 종종 그렇게 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해당 관중이 소유권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셔서 어쨌든 의사를 존중해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홈런볼을 놓고 구단 측에서 금전적으로 흥정을 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현실상 이런 경우에 상업적으로 가치를 매기기도 힘들고, 나중에라도 전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롯데 측의 입장도 나름 설득력이 있다. 구단이 직접 나서서 엄청난 액수를 주기로 하고 기념볼을 건네받는 것은 또 하나의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 롯데는 그저 관례에 따라 ‘형식적인’ 제안을 했을 뿐이다. 볼 소유자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면 별 다른 대응 없이 곧바로 포기한 데서, 애당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마크 맥과이어나 배리 본즈의 홈런 신기록이 억대 규모의 경매를 거쳐 낙찰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풍경이 흔하지 않다. 2003년 이승엽의 홈런신기록 당시 홈런볼이 경매를 걸쳐 1억2천만원으로 낙찰된 경우가 있었던 것이 역대 최고 액수였다.

이유야 어찌됐든 롯데 구단이 역사적인 가치를 지닌 홈런볼을 적극적으로 회수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은 비판받아야할 부분이다. 하지만 과연 롯데 구단만 욕을 먹어야하는 일일까?

야구에서 홈런볼은 통상적으로 공을 소유한 관중의 몫이 되는 경우가 많다. 기증을 권유할 수는 있어도 억지로 강제할 권리는 없다. 소유권을 지닌 당사자가 공을 경매에 부치 건 기증하건, 그것은 어디까지나 본인의 자유다.

하지만 한편으로 순수해야할 스포츠에서 영예롭게 기억되어야할 공이 '돈벌이'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생각해봐야할 부분이다. 2003년 이승엽과 심정수의 홈런 신기록 경쟁 당시에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잠자리채가 등장했었다. 홈런볼을 쟁탈하기 위하여 다 큰 어른들이 언쟁을 하거나 낯 뜨거운 몸싸움을 펼치는 광경도 간혹 눈에 띄었다.

이대호의 홈런볼도 경매에 나설 경우, 아마 1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홈런볼의 몸값이 얼마가 될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역사적 가치를 지닌 기록물은 단지 개인의 영리를 취하기위한 도구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그 추억을 공유할 공공재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음도 잊지말아야할 대목이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사진=롯데 자이언츠,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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