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이준목] 구대성은 설명이 필요 없는 90년대 한국 최고의 좌완투수 중 한명이다. 선발과 중간, 마무리를 가리지 않았던 전천후 투수이자, 한미일 프로야구를 모두 섭렵하며 그 기량을 인정받았던 몇 안 되는 독특한 이력의 투수이기도 하다.

어디에 내놔도 나무랄 데 없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구대성이지만, 막상 그의 통산 기록을 돌아보면 아쉬움도 없지 않다.

구대성은 한화 유니폼을 입고서 통산 568경기에 출전, 67승 71패 213세이브 탈삼진 1,221개 평균자책점 2.85를 기록했다. 213세이브의 기록은 김용수(전 LG·227)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며 통산 평균자책점은 통산 1000이닝 이상을 소화한 선수들을 통틀어 4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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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대성은 올 시즌 조금만 더 분발했더라면 김용수의 기록을 깰 수도 있었다. 당초 구대성은 올 시즌 양훈과 함께 한화의 마무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스프링캠프 때부터 고질적인 왼쪽 무릎 부상과 불안한 구위로 인해 좀처럼 입지를 굳히지 못했고, 결국 4.1이닝 동안 6실점(5자책)하며 1패라는 초라한 성적만을 남긴 채 4월 이후 2군으로 밀려났다. 13개의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마지막 시즌을 마감하게 된 것이다.

만일 구대성이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지 않고 한 가지 보직에만 전념했더라면 어땠을까. 전문가들은 "구대성은 선발과 마무리 어느 쪽을 맡겨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선수"였다고 평가한다. 구대성은 데뷔 2년차이던 94시즌부터 일본 진출 직전인 2000시즌까지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7년 연속 100이닝을 소화했는데, 그 중 첫 3년간은 9차례나 완투경기가 포함되어있었다.

구대성은 국가대표 팀에서는 종종 에이스로 기용되기도 했다. 특히, 한국 야구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따낸 2000년 시드니올림픽 3,4위전에서는 일본을 상대로 선발로 등판해 9회까지 무려 155개의 공을 던지며 1실점 완투승을 따내기도 했다.

90년대의 한화는 이러한 구대성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사실상 전천후 계투로 활용했다. 말이 마무리지 실제는 5,6회부터 등판하여 끝까지 경기를 책임지는 경우도 허다했다. 구대성은 MVP를 수상했던 1996년에 마무리 투수임에도 규정이닝을 채우며 다승과 평균자책점, 승률, 세이브 포인트의 4개 부문에서 정상에 올랐는데 이것은 무분별한 혹사와 연투의 산물이기도 했다.

하지만 96년 정규시즌 MVP와 99년 한국시리즈 MVP 이후로 구대성은 이렇다 할 개인 타이틀 복은 많지 않았던 편이다. 구대성이 지금처럼 철저하게 투수 분업화가 보장되는 환경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선발과 마무리중 하나의 보직에만 충실히 전념했다면 야구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도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김용수는 선발로도 통산 100경기 이상을 등판하여 100승 200세이브를 달성했다. 구대성이 만일 선발로 뛰었다면 100승은 벌써 넘었을 것이고 마무리로 활약했다면 300세이브도 무난히 돌파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해외 진출만 하지 않았더라도 상황은 또 달랐을 것이다. 구대성은 2001년부터 한국을 떠나 6년간 일본과 미국 무대를 오가며 활약했다. 처음엔 곧바로 메이저리그 진출이 유력하게 거론되었으나 결국은 일본행을 선택했다.

물론 구대성은 해외무대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케이스다. 하지만 승운이나 기록 운은 그다지 따르지 않았다. 일본무대에서는 4년간 오릭스에서 선발로 뛰며 수준급 기량을 선보이기는 했지만 타선지원 부재와 부상의 불운 속에 거둔 통산 승수는 24승(34패)에 불과했다. 구대성의 일본 시절 통산 평균자책이 3.88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가 얼마나 불운했는지를 알 수 있다. 특히 2년차였던 2002년에는 146이닝을 소화하며 2.52의 평균자책점으로 리그 2위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5승 7패에 그쳤었다.

전성기가 다소 지난 상태에서 뒤늦게 진출했던 메이저리그에서는 33경기에 뛰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3.91을 기록했다. 나름 나쁘지 않은 활약이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남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투수로서의 기량보다는 공 2개를 주머니에 넣고 성공시킨 홈 쇄도로 더 기억되고 있다는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구대성 본인은 "다양한 무대를 체험하며 나름대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야구에 대한 깊이를 깨우친 것에 만족한다."고 밝혔지만, 능력에 비해 해외무대에서 운이 따르지 않았던 것이나, 그로 인하여 통산 커리어에서 손해를 봤다는 점은 구대성의 명성에 비하여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사진=한화 이글스,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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