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석 칼럼
2011/12/14 13:52
정대현 한명 더해졌다고 롯데가 우승후보?
[야구타임스 | 김홍석] ‘여왕벌’ 정대현이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게 됐다. 롯데는 마침내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리그 정상급 불펜 에이스’를 얻게 됐고, 이 소식을 들은 팬들 역시 환호하고 있다.
2001년에 데뷔한 정대현은 지난 11년 동안 통산 477경기에 등판해 32승 22패 99세이브 76홀드, 평균자책점 1.93의 매우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역대 한국 프로야구에서 50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들 가운데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선수는 선동열(1.20)과 정대현 단 둘 뿐이다.

이미 좌완 이승호를 붙잡은 상황에서 정대현까지 더해졌으니, 임경완이 떠났다 하더라도 롯데의 불펜은 한층 강력해졌다고 할 수 있다. 아직은 확실한 보직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정대현-김사율-이승호-강영식의 불펜이라면 삼성을 제외하면 다른 어떤 팀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롯데의 전력이 올 시즌과 비교해서 더 강해졌다고 할 수 있을까. 일부 성급한 팬들은 벌써부터 롯데가 내년 시즌의 우승후보라도 된 것처럼 낙관적인 예측만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봤을 때, 내년 시즌의 예상되는 롯데의 전력이 올해보다 낫다고 보긴 어렵다.
정대현이라는 불펜 에이스는 분명 롯데가 가장 간절히 원했던 카드였다. 그러나 정대현이 ‘마지막 퍼즐 조각’이 될 수 있었던 건, 롯데의 기존 전력이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에 한해서다. 롯데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 중 가장 큰 퍼즐 조각을 둘이나 잃어버렸고, 그로 인해 정대현은 롯데의 우승을 위한 ‘필요충분 조건’이 될 수 없게 됐다.
롯데는 이미 이대호와 장원준이라는 투타의 핵을 모두 떠나 보낸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롯데의 100억 제안을 뿌리치고 일본무대에 도전장을 던졌고, 장원준은 오는 28일 군복무를 위해 입대하여 당분간 경찰청야구단에서 뛰게 될 예정이다.
이대호는 자타가 공인하는 ‘현역 최고 타자’다. 다른 그 어떤 선수로도 대체가 불가능한 특별한 존재라는 뜻이다.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타격에 눈을 뜬 이대호는 이후 6년 동안 758경기에 출장해 .332의 놀라운 타율과 더불어 909안타 172홈런 615타점 471득점, 그리고 .572의 장타율을 기록했다. 출장경기수까지 포함한 모든 기록이 이 기간 동안 리그 전체 1위다.
아무리 롯데 타선이 강하다고 해도, 3할3푼의 고타율과 더불어 30홈런-100타점을 기대할 수 있는 부동의 4번 타자의 공백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더욱이 롯데의 다른 타자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이대호의 존재로 인한 시너지 효과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장원준은 올 시즌 다승 3위(15승), 평균자책점 4위(3.14), 투구이닝 3위(180⅔), 탈삼진 5위(129개)에 오르는 등 리그의 모든 선발투수들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훌륭한 성적을 남긴 정상급 좌완 에이스다. 2008년부터 4년 동안 52승을 거뒀는데, 이 기간 동안 오직 류현진(54승)만이 그보다 많은 승리를 기록하고 있다.
내년의 롯데는 이대호 없이 새롭게 타순을 꾸려야 하고, 장원준 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돌려야 한다. 믿을만한 마무리 투수감을 구했다고 안심하기엔 4번 타자와 에이스가 떠난 빈 자리가 너무나 크다.
롯데가 올해만큼 강한 타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홍성흔이 2010년의 모습(26홈런 116타점 .350)으로 돌아가고, FA 계약으로 팀에 잔류한 조성환이 다시 한 번 골든글러브급 활약을 펼쳐야 한다. 뿐만 아니라 손아섭-전준우-황재균의 홈런 합계가 올해(38개)보다 최소한 20개는 늘어나야 된다.
장점이었던 선발진도 올해만큼의 안정감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송승준-사도스키-고원준의 새로운 3각편대가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10승 이상씩 책임지고, 이재곤과 김수완이 2010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거기에 최소 사도스키급의 새 외국인 투수가 더해져야만 장원준의 공백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일단 불펜이 강해진 만큼, 외국인 투수를 잘 뽑는다면 투수력은 올해 이상의 위력을 낼 수도 있겠지만, 타력은 아무래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롯데에 3번(손아섭, 전준우)이나 5번(홍성흔, 강민호) 타순에 어울리는 선수는 많지만, 정작 4번으로 믿고 기용할만한 선수는 찾아보기 어렵다.
팬들은 가장 골치 아팠던 문제를 해결하게 되어 당장은 속이 뻥 뚫린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겠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 냉정하게 롯데의 현주소를 들여다보게 되면 불안함을 감추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올 시즌 4강에 오른 팀들 중 롯데 만큼 전력 손실이 큰 팀은 없었다.
아시아챔피언 삼성은 FA를 선언한 세 명의 선수를 모두 잔류시키는데 성공했고, 일본에서 돌아온 이승엽이 가세하면서 2년 연속 우승을 준비하고 있다. SK는 잃은 것(정대현, 이승호)이 크지만, 얻은 것(조인성, 임경완)도 분명히 있다. 선수 이동이 거의 없었던 KIA는 선동열이라는 새로운 감독을 영입하면서 분위기 쇄신에 성공, 내년에는 올해 이상의 강함을 보여줄 것이란 평가다.
4강에서 탈락한 팀들 중에는 한화가 알차게 전력을 보강했다. FA로 송신영을 영입했고, 해외무대에서 활약하던 김태균과 박찬호가 돌아왔다. 올 시즌 한화가 보여준 힘에 이 정도의 전력이 더해졌으니, 기존의 4강권 팀을 위협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당장 두 명의 외국인 투수가 올해의 니퍼트 급의 활약을 펼쳐준다면 모를까, 지금의 롯데는 ‘우승후보’라기 보다는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후보 팀 중 하나에 불과하다. 정대현과 이승호를 영입했다 한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전력 손실이 큰 팀은 LG가 아닌 롯데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야구타임스 김홍석(블로그 : MLBspecial.net)
[사진제공=SK 와이번스,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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